“북한은 분명 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있는 모습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입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3월29일(목)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엄연히 다른 문제임을 강조하며 김일성 주석 사망 시 한국의 반응을 실례로 들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도를 표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되자 ‘공산당이 연출한 억지 눈물일 것’이라는 추측을 정설로 여겼다. 그는 “당시 지식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보고 싶은 면만을 부각시켜 현실성 없는 논의만 거듭한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합리적으로 북한 이해하기 △실사구시의 시각으로 북한 보기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 통일대상으로서의 북한 보기 등 현직 장관시절부터 고민을 거듭해 터득한 그만의 북한이해 기준 4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북한 보기’에 대해 “통일부 장관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궁금한 것은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핵심간부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하는 문제”라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듯 현 정부 역시 상대(북한)의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이해해야 통일로 가는 길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북한을 ‘통일대상’으로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통일을 민족의 숙원사업으로 여긴데 반해 현재 일부 젊은이들이 북한을 귀찮은 대상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세계 속에서 북한과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한 민족이기에, 그들이‘통일대상’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강의 말미에 이 전 장관은 “일반인들의 눈에 북한은 꽉 막힌 국가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현재 그들은 체제붕괴를 감수하면서도 스스로를 개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내부자원고갈이라는 치명적 이유로 인해 북한은 우리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모든 상황을 고려한 국가차원의 현실적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이 열린 이화­포스코관 366호는 북한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이화인들로 만원을 이뤘다. 
강의를 찾은 김서영(생명·4)씨는 “딱딱한 주제로 생각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알기쉬운 예시와 일목요연한 강의로 북한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연민경(경영·3)씨는 “북한을 애물단지로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 강의가 인식전환의 좋은 계기가 됐다”며 만족을 표했다.

특강을 주최한 북한학 협동과정 대학원 강혜석 학생회장은 “전공생 뿐 아니라 북한을 멀게만 느끼는 일반인들도 북한에 관심을 갖고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강의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학 협동과정·통일학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북한에 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자 ‘통일학 열린강의’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특강은 그 8번째 강연으로 19일(목)에는 제9회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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