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사용한 상호,114 건으로 학원이름에 가장 많이 쓰여

학교 밖에서 마주친 ‘이화’라는 이름. 짐작하지 못했던 곳에서의 만남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학교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왜 사람들은 간판마다‘이화’를 걸어 놓았을까?  

전화번호부 검색 결과, ‘이화’라는 상호명을 사용하는 업체는 890건(16일(금) 기준)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치원을 포함한 교육기관이 1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점·떡집은 67건, 약국·병원은 53건으로 뒤를 이었다. 25건의 옷집도 검색됐다.

그 외 미용실·결혼정보회사·술집 등 다양한 분야에 ‘이화’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었다.

본교 명칭을 상호명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업종별로 다양했다.

43건이 검색된 유치원의 경우, 본교 부속 유치원의 명성 때문에 주로 ‘이화’를 사용한다. 응봉이화유치원 박경동 원장(응봉동·48)은 “83년 개원할 당시 이화부속유치원의 좋은 점을 배우고자 이화유치원이라 이름 지었다”며 학부모들도 ‘이화’라는 이름에 신뢰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화’는 본교 동문들이 운영하는 학교·병원·약국 등에도 많이 쓰이는 편이다. 이화음악학원 유영숙(피아노·80년 졸)씨는 “예술계는 대체로 자신의 출신학교를 상호명으로 사용한다”면서 “예술 분야에서 이화여대를 높이 평가해 교육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꽃’이라는 뜻 때문에 ‘이화’를 사용하는 가게도 있다. 한복집 ‘이화명가’를 운영하는 이은숙(서교동·53)씨는“한복에 배꽃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많은 한복집들이 가게 이름을 ‘이화’라고 짓는다”고 말했다. ‘이화주막’대표 이상철(대치동·47)씨도 “배꽃이 갖는 깨끗한 이미지를 통해 깨끗한 술을 어필하고 싶었다”고 업소의 이름을 설명했다.

본교 이름에서 오는 여성적 이미지 또한 ‘이화’를 선택하는 이유다. 이화철물 권관수(화양동·60대)씨는 “철물의 딱딱하고 투박한 이미지가 이화라는 이름 덕분에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미지 컨설팅 전문업체 ‘서비스월드’ 정영주 대표는 “화려하면서 수준 높은 여성, 봄의 화사함 등이 ‘이화’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이미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기에 용이해 상호명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이화’는 특정분야에서 브랜드화 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분야다. ‘이화’이름이 유치원을 비롯한 학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교육분야에서 본교와 외부교육기관 간에 ‘이화’이름을 놓고 법적 논쟁이 이뤄진 적도 있었다.    

본교는 교육분야를 시작으로 제본업·병원업·의류업 등 다른 분야에도 상표권을 등록했다. 현재‘이화여자대학교’는 17개의 상품에 교표는 31개의 상품에 등록돼 있다. ‘이화’,‘EWHA’도 상표권 등록이 돼 있다. 사실상‘이화’이름에 대한 법적 권리는 본교가 갖고 있는 셈이다.

‘이화’를 쓰기 위해서는 본교가 정한 절차와 허가 작업을 거쳐야 한다. 본교의 이름이 무단으로 사용될 경우, 본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상표등록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기획처 박정수 부처장은 “상표권등록을 통해 대학의 이름과 이미지를 지키고 대학에서 산출하는 각종 지식들을 법적권리로 보호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도 ‘연세’라는 이름의 법적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세대는 1998년 8월 ‘연세’명칭과 교표를 약국·병원 등의 65개 분야에 상표등록 했다. 서울대·한국외국어대 등도 학교 명칭에 대한 법인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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