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용 중도 사물함 수, 연대1/6에 불과… 조형대는 2명이 함께 사용

5일(월) 이른 아침부터 학문관은 사물함을 배정받기 위한 학생들로 붐볐다.
5일(월) 오전6시40분 학생문화관(학문관) 로비. 이른 아침부터 부시시한 모습의 학생들로 학문관이 북적댔다. 두꺼운 코트와 칭칭 동여맨 목도리로 무장한 학생은 물론, 잠옷에 코트만 걸친 학생도 보였다. 이들은 선착순으로 중앙도서관(중도) 사물함을 배부받기 위해 학문관 로비에 길게 줄을 섰다. 줄은 1층을 다 채우고 2층 엘리베이터까지 늘어졌다.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395개의 중도 사물함 배부는 오전9시20분이 넘어서야 완료됐다. 마지막으로 사물함 열쇠를 받은 전민정(과교·4)씨는 “2시간 이상 기다렸지만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중도 사물함은 접근성이 높고 늦은 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어 수요가 많다. 반면 사물함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부생용 395개·대학원생용 150개, 3시간당 100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 유료 사물함 50개·1달에 1만5천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 유료 사물함 120개를 합쳐도 715개에 불과하다. 본교 재학생 1만4천904명(2006학년도 2학기 기준) 중 2.7%만이 중도 사물함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숙명여대는 본교보다 재학생이 약 5천명 적지만 도서관 사물함은 대학원생용을 포함, 990개로 본교의 약 2배다. 연세대(연대) 중도 역시 학부생 사물함 2천500개로 본교보다 약 6배 많다. 연대 재학생 1만7천578명 중 14%는 중도 사물함을 사용하고 있다.

두꺼운 전공책을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은 매학기 불편을 호소한다. 홍혜인(영교·4)씨는 “지난 학기에 사물함을 배부받지 못해 유료사물함을 신청했다”며 “본교 사물함 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진희(국문·3)씨 역시 “배부 1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번호표가 307번인 것을 보고 놀랐다”며 “사물함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하나, 높은 등록금을 냈는데도 사물함이 적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단대 건물이 캠퍼스 중심부와 떨어져 있는 자연대(종합과학관)·공대(아산공학관) 학생들은 중도 사물함이 더욱 절실하다. 최근화(환경·4)씨는 “공대에 사물함을 갖고 있지만 수업을 듣는 건물과 너무 멀어서 중도 사물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현수윤(통계·3)씨는 “중도 사물함을 배정받지 못해 단대 사물함을 신청했지만 수업은 주로 포관에서 듣기 때문에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물함 확충 요구에 대해 정락춘 중앙도서관 사서장은 “현재 중앙도서관은 계단·지하·난간까지 최대한으로 사물함을 설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통행로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더 이상의 확충은 어렵다”고 밝혔다.

단대 사물함 부족에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조형예술대학(조형대) 학생들은 캔버스·작업복·데생도구 등 각종 실습준비물을 보관할 사물함이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 조형대 사물함은 약1천171개로 1천261명의 재학생이 하나씩 이용하기에 100개 정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산업디자인과는 이례적으로 학생회비 일부를 사물함 확충에 지출했다. 박민희 조형대 학생회장은 “조형대는 보관할 물건이 많아 1인 1사물함이 필수적”이라며 “디자인학부 1학년 학생들은 사물함이 없어 둘이서 한 사물함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경언 총학생회장은 “등록금책정협의회에서 전달한 복지요구안에 ‘사물함 확충’도 포함돼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 부족으로 사물함을 확충할 수 없다면 ECC 등 더 넓은 공간이 형성됐을 때 사물함을 비롯해 필요한 부분들을 충족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사물함을 양도할 학생을 찾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4일(일)∼9일(금) 총 13개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렸던 ㄱ씨는 “유료사물함은 비싸서 사물함을 양도받고자 한다”며 “사례금은 예치금을 포함해 한 학기당 2만원∼2만5천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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