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절반가량이 혼전순결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세계일보 3월4일자) SBS 러브FM(103.5㎒)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꼭 지킬 필요 없다’는 의견이 49.2%로 ‘꼭 지켜야 한다’는 의견 40.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2일(금) 전국 19세 이상 남녀 7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性)에 대한 의식은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성이 개방화되는 만큼 ‘올바른 성’에 대한 인식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강간 범죄는 2000년 6천982건에서 2005년 1만1천727건으로 증가했다. 5년 만에 5천 건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또 성매매 사범도 작년 기준(2만3천여명)으로 2년 전(1만3천여명)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심지어 미국 국무부는 ‘2006년 국가별 연례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을 ‘성매매 천국’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성매매를 불법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아직도 성을 사고팔며, 퇴폐 마사지가 만연해 있고, 심지어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성매매 특별법으로 처벌된 경우는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성(性)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성에 대한 개념이 청소년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얼마 전 가출 여중생들이 숙식을 제공한 남학생들에게 친구들의 성을 상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중학생들이 여학생 1명을 집단 성폭행한 후 방치해, 피해 여학생이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성매매 알선은 지난 2005년(30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고, 접근 금지된 400여개의 음란 사이트 중 20%는 미성년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잘못된 성문화’에 발을 들여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올바른 성 지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삼육대 에이즈예방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평균연령은 중학생 13.3세, 고등학생 15.2세다. 그러나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17.7%만이 콘돔을 사용했고, 여고생의 낙태율은 26.9%나 됐다.


이는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가 초래한 문제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이뤄지는 성교육 수준은 열악하기만 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권장하는 성교육 시간은 연간 10시간이다. 이를 지키는 학교는 전국 초·중·고교의 14.7%에 불과하다. 성교육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체육·생물·도덕 등 관련 과목시간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가 1만63개 초·중·고를 상대로 실시한 ‘성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47.8%의 학교가 8시간 미만의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시간인 학교가 21.5%였고, 성교육 담당교사가 아예 없는 학교도 6.3%나 됐다.


올바른 성교육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 청소년기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빠른 육체적 성장과 성적 충동을 경험하는 시기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은 빠른 육체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성문화가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성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인터넷 보급으로 잘못된 성지식·음란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성범죄에서 청소년들이 발을 빼고, 청소년들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성교육은 중요하다. 한국일보·국회 교육위 김교흥(열린우리당) 의원이 함께 조사한 성교육 실태조사는 성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의 음란물 경험비율은 66.8%로, 성교육을 받은 학생들(47.8%)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말한다. 성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도 “성교육이라는 예방주사를 맞아 정말 아름다운 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야동이나 유해매체에도 끄떡없는 청소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성교육은 상식을 전달하는데서 나아가 ‘성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교육은 실제 성생활에 필요한 구체적 정보보다는 생리학적 지식을 일방통행 식으로 주입한다. 그러나 인터넷·방송 등 매체로 다양한 성 정보를 얻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정자와 난자의 역할을 설명하고, 성폭행 방지에 대해 훈방하는 식의 교육은 무의미하다.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도 대학에 와야 여성학 등의 일부 수업에서 콘돔 사용법·임신주기 계산 등을 배운다는 것도 웃긴 일이다. 미국·프랑스·일본 등의 선진국처럼 역할극을 통해 성병 예방법·피임 방법을 배우고, 성 범죄가 얼마나 나쁜지를 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깨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체육·생물 등의 수업시간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정규 교육시간을 두고, 연간 10시간으로 권고되고 있는 성교육 시간도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일본은 정규 보건과목을 통해 연간 70시간 이상 성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1910년 ‘보건’을 독립교과로 분리했으며, 1980년대 들어 10대 임신과 에이즈 감염자가 급증하자 유치원 과정부터 성교육을 의무화했을 정도다.


학교 성교육의 부재는 저속한 성문화의 확산을 통해 잘못된 성행위·청소년 성범죄 등 각종 성문제를 일으킨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성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학교 성교육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성교육 재고를 통해 ‘대한민국은 성매매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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