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길의 네덜란드 통신<1>

사진제공 : 김묘길(언론·4)
놀데리케 호헤스쿨 리우왈든(Noordelijke Hogeschool Leeuwarden). 내가 6개월째 교환학생으로 다니고 있는 학교다. 네덜란드 프리슬란드주의 주도인 리우왈든(Leeuwarden)에 있고 총 6개 학부·학생 수 약 1만명으로 우리학교 규모의 절반 정도다.

 

네덜란드 대학은 학제·학문 풍토 등 우리 대학과 다른 점이 무척 많다. 이번에는 학제와 수업을 위주로 이들 대학을 소개해보려 한다. 네덜란드는 대학이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Research Universities’와 ‘Universities of Applied Sciences’가 그것이다. 전자는 학문적 커리큘럼을, 후자는 직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네덜란드 뿐 아니라 유럽 교육제도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후자에 속하는데, 3학년 때부터 학교의 지원 하에 대부분의 학생이 인턴십의 기회를 얻는다. 인턴은 보통 6개월 정도 하게 되며 이는 향후 진로를 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학제 역시 우리나라와 다르다. 한국의 학기가 ‘짧고 굵다’면 네덜란드의 학기는 ‘길고 얇다’. 네덜란드의 학기는 9월부터 1월, 다시 2월부터 6월까지이다. 대신 수업 시간은 한 과목당 일주일에 평균 75분으로, 여유있는 편이다. 10월, 2월, 5월에 각각 1주씩, 크리스마스에 주어지는 2주간의 방학은 긴 학기의 숨통을 잠시나마 틔워준다.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은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성적은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5.5 이상일 경우 Pass, 미만일 경우 Fail로 처리한다. 상대평가제 때문에 늘 학점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 학생들은 Pass하는 것 자체에 더 의의를 둔다. 지난 학기에 ‘Corporate Communication’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6.0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에 속상해 하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의아해 했다. Pass 하면 그만이지 뭐가 그리 걱정이냐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공부한다고 하면 ‘네덜란드어로 수업을 듣느냐, 영어로 수업을 듣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나는 영어권 교환학생으로 선발됐기 때문에 주로 영어 강의를 듣는다. 영어 강의의 비중이 높아 과목을 선택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이것은 네덜란드 대학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작은 나라로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영어, 제 2외국어(독일어·불어)에 능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듣고 있는 영어 강의에는 많은 네덜란드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영어 강의는 전혀 기피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영어로 수업하고 또 교환학생들과 그룹 과제를 하는 것은 익숙한 대학 생활의 일부다.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고, 격식이 없는 이곳 친구들은 종종 내 인사법 때문에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여전히 선생님을 보면 자동적으로 고개부터 숙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리 많아도 한 반에 35명을 넘지 않는 소규모 수업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수업 중간, 공격적이란 느낌마저 주는 학생들의 거침없는 질문은 아직도 낯설다.

 

이런 나도 언젠가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moi~(hello)”라고 외칠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야말로 내가 이곳에 완벽히 적응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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