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 졸업식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

오늘 이화는 지성과 사랑 그리고 헌신으로 교육받은 2,779명의 학사, 834명의 석사, 93명의 박사에게 영광의 학위를 수여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기쁨의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 주신 학교법인 이화학당 윤후정 이사장님, 신찬수 이사님, 우복희 이사님, 윤순희 동창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이화인과 내외귀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각고의 노력 끝에 영예의 학위를 받게 된 졸업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오늘의 졸업이 있기 까지 뒷바라지해주신 학부모님들의 노고와 여러 해 동안 졸업생들의 학문과 인격의 성장을 지도해주신 교수님들의 헌신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청춘의 꿈을 펼쳤던 이화의 교정을 떠나는 여러분은 흐르는 강물처럼 많은 계곡과 벌판을 지나면서 계속 스스로를 변화하고 혁신하고 발전해 갈 것입니다. 어려운 일을 감당할 때마다 여러분이 의지했던 모교를 생각하고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흐르는 이화의 정신을 되새겨줄 것을 당부합니다.

121년 전 황화방에 작은 배움의 촛불을 밝히면서 시작된 이화는 단 한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여성에 대한 강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꿈과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새 날을 열어 왔습니다. 이제 이화는 세계 최고 명문여자대학으로서, 인문학, 의학, 법학, 공학, 예술분야 등 광범위한 학문 분야에서 최고의 여성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배움의 산실이 되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이제는 여러분들이 이화의 역사를 만들고 이화의 정신을 세상에 발휘할 때입니다.

이화의 정신은 하나님의 진리를 추구하고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며, 선을 추구하며 원칙을 지키는 높은 도덕성이며, 고통을 함께 나누며 헌신하는 아름다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체득한 이화의 삶을 사회에서 적극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이화는 지난해 <이니셔티브 이화>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이화는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교육역량을 갖춘 굴지의 명문대학으로 세계 여성 교육의 허브가 되기 위해 모든 영역에서 이니셔티브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우리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남녀평등의 확고한 원칙이 존중되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지성공동체를 구현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보람되고 아름다운 여정을 위해 저는 세 가지를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첫째, 여러분은 이화의 딸로서 자부감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진취적으로 개척해 나가라고 당부 드립니다. 우리의 선배들은 희생과 헌신으로, 배움의 기회가 전혀 없는 어두운 시대를 극복하고 여성교육의 길을 개척하였습니다. 또한 불합리한 사회적 인습에 대항하여 그 동안 한 번도 여성들이 진출하지 못한 분야에서 여성의 자리를 개척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 여성들이 오늘과 같이 당당한 인격체로서, 역사의 주체로 설 수 있게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화의 교육을 받은 여러분은 시대와, 소외된 이웃과, 미래 세대에 대해 사명과 책무를 지고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여러분은 이화의 가족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도우며 세상에 사랑과 헌신의 빛을 던져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지난 121년 동안 이화인들은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의 어둡고 가난한 곳을 비추고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는 조화의 힘을 발휘해 왔습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지성으로 편협한 자기 주장에 사로잡힌 사회를 변화시키고 포용과 융합을 이루어왔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화와의 소중한 인연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아름답고 겸손한 지도자들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물을 판단할 때 두 개의 극단 사이에서 항상 중용을 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지성인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기대합니다.

셋째, 여러분은 영원한 이화인으로서 안팎으로 열린 세계인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는 이화의 꿈은 지금까지도 활기차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화인은 언제나 새로운 변화의 동반자였고 선구자였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도전은 이화인에게 새로운 기회와 꿈을 안겨줍니다.

4년 전 여러분을 선택한 이화는 이화의 불빛을 여러분 모두에게 나눠 드렸습니다.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 당당히 세상에 나가 이화의 등불을 환하게 비추어 주십시오. 여러분 스스로가 밝은 빛이 되어 세상을 찬란히 밝히기를 기원합니다. 이화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끝없는 자기 계발과 각고의 노력으로 이화의 정신을 더욱 가꾸어 나가며 언제나 든든한 여러분의 후원자로 이 자리에 남아있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며, 여러분의 앞날에 하나님의 보살핌과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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