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화의 새 가족을 맞는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먼저 이화를 선택한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새눈이 열리고 어린 새싹들이 기쁨과 설렘을 안고 돋아나는 지금 신입생 여러분은 이화를 선택해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기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얼어붙은 강물이 다시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흙속에 갇혔던 온갖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듯이 여러분의 마음도 배움의 행복과 배움의 빛을 찾아 이화로 오게 된 것입니다. 이제부터 이화에서 여러분들이 그동안 쏟아 부은 각고의 노력이 보답 받고 여러분들의 향기로운 꿈이 열매 맺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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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는 지금으로부터 121년 전 하나님의 귀한 뜻이 있어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1886년 스크랜턴 선생님이 1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이화는 한국여성들에게 가능성과 희망 그 자체였으며 한줄기 새 빛이었습니다. 이화의 교육은 한국 여성들로 하여금 고단한 삶에서 떨쳐 일어나 강인한 인간으로 이 땅에 굳건히 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었습니다.


이화의 교육이념은 가부장적 굴레 속에서 고통 받는 여성들을 기독교적 진리를 통하여 깨어나게 하고 당당한 인간으로 살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인의 긍지와 존엄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한국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화의 역사에 담긴 고귀한 정신은 21세기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이화가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필연성을 말해줍니다. 많은 대학들이 세계화를 표방하지만 이화의 목표는 매우 각별합니다. 이화는 창립초기부터 국제화된 학교였고 항상 세계를 향한 열린 교육을 실천해 왔습니다.


21세기는 여성의 세기입니다. 여성이 단순한 전문인이 아닌 리더로서 지구촌의 운명을 좌우하는 세기입니다. 이화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과 드높은 지성으로 단순한 지식의 세계화가 아니라 인간 사랑의 근본적인 가치와 평화를 함께 나누는 세계화를 지향합니다.


저는 지난해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니셔티브 이화>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였습니다. 이화는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와 교육역량을 갖춘 굴지의 명문대학으로 세계 여성 교육의 허브가 되기 위해 모든 영역에서 이니셔티브를 추구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우리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남녀평등의 확고한 원칙이 존중되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지성공동체를 구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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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이화여자대학교는 <글로벌 이화 2010> 계획을 통해 대학의 3대 축인 교육, 연구, 행정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2010년 까지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파주에 30만평 교육연구 복합단지를 확보하고 세계적인 명문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공간적 여력을 구축했습니다. 이화는 또 2010년까지 미국 동부와 유럽, 중국의 베이징 등에 이화교육의 거점을 신설하여 세계 여성교육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새 이화인이 된 자랑스러운 여러분에게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여러분들은 자신의 삶에서 항상 더 인간답고 더 인도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이화에서 여러분들은 이화의 부드러움, 융화, 섬세함 등 여성다운 특성의 강점과 기독교적인 바탕으로 맑은 영혼과 따뜻한 심성을 가진 폭넓은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당부합니다. 인성과 지성을 겸비하면서 추진력 있는 지성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높아질수록 낮은 곳을 헤아릴 줄 아는 겸손한 지성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가운데 바로 우리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넉넉함으로 조화와 화해를 통해 사회의 갈등과 혼란, 분열과 상처투성이의 시대를 감싸 안아 바로잡으며 동시에 국제 경제력을 갖춘 인재로 자라 21세기를 주도하는 당당한 주역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로 여러분에게 주체성? 전문성? 자신감을 이화에서 키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능력 안에 사랑과 헌신의 정성어린 마음을 담아내기를 또한 바랍니다.


이화 교육의 최대의 강점은 여성의 자신감을 계발하고 확대하는데 있습니다. 이화는 편견없이 여성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이화동산에서 여러분은 역사의 주체로서 당당한 전문인으로 자신감과 능력을 키워나가기 바랍니다.
대학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입니다. 이를 어떻게 소중히 활용하는가는 전적으로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적극적으로 진리를 찾으며 지혜를 쌓아가는 대학생활을 하시길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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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2. 23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이 배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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