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대학보 되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대학보 되길
  • 박혜진 기자
  • 승인 200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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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비서실  

이대학보가 창간 53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교 문리대 교수로 20여 년 재직한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을 만나 대학언론과 이대학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인터뷰는 7일(수) 중앙일보 고문실에서 이뤄졌다.

 

­-대학언론의 정체성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대학언론은 기성언론과 달리 연관된 인간관계나 사회 관계가 적다. 우리를 약하게 만들기 쉬운 연결고리가 생성되기 이전의 시기에 있는 학생기자들이 신문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롭고 공평할 수 있다. 기성언론과는 다른 맑은 시각으로 낭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대학언론이다. 이것이야말로 학생언론 최대의 장점이고 정체성이 아니겠는가.”

­-과거 대학신문은 지금에 비해 학생들의 인기를 많이 받았다. 당시 학보는 어떠했나


“언론의 자유가 없던 시절, 학보는 기성세대에 반대하며 그들을 비판·폭로·거부했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에 반대하던 대학언론마저 이념적 편향성에 빠져버렸다. ‘미라잡이가 미라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학보의 논평이나 서평 등은 기성언론과 반대되는 방향으로만 가다보니 한 쪽으로 치우쳐 버렸다. ‘대학신문 기자는 모두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겨질 만큼 다양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진흙은 더러운 것이 묻어도 표가 나지 않지만 하얀 눈은 작은 것에도 금새 새까맣게 변한다. 순수할수록 때묻기도 쉬운 것처럼, 순수한 학생이기 때문에 오염되기도 쉽다. 대학언론의 다양성이 특정 이념으로 기울거나 획일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렇다면 지금 대학신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은 욕하는 것만으로도 참신하던 시절이 아니다. 철없음을 무기로 하던 시대도 지났다. 창조정신·다양성과 더불어 책임감과 역지사지의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책임감 없는 대학언론은 활자 신문의 쇠퇴와 함께 매력을 상실할 것이다.


대학언론의 매력을 되찾고 시대의 맑은 거울이 되려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방법을 찾지 말고 뉴미디어의 싸움으로 속으로 들어가야한다. 요즘은 수신자였던 취재원이 발신자가 되는 세상이다. 대학언론이 갖고 있는 사상을 일방적으로 push하는 언론이 되어서는 안된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pull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언론사의 생각을 주입시키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것이 대학신문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반성 없이 그대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이대학보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이자 타대 학보와의 차별성은 기사 소재를 ‘이화’에 맞추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과거 대학언론은 학생들과 별 상관 없는 먼 이야기만 하면서 사실상 학생들의 내면을 황폐화시켰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교의 환경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실하지 않은 뉴스를 만든 셈이다.


사회적 발언은 수많은 기성언론들이 이미 하고 있다. 학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관심만 있으면 어디서든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대학보가 이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역할을 하겠나. 이대학보가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내에 초점을 맞추고 기사를 쓰는 것은 좋은 시도다. 기자들 스스로도 무슨 옷을 입을지를 두고 매일 얼마의 고민을 하지 않는가. 그런 일상을 잊고 기사를 쓸 때에는 거대 담론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일종의 위선이다. 학생들에게는 작은 담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앞으로 대학언론은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

“지금까지의 대학언론은 불이었다. 불은 물질을 태우고 나면 스스로 재가 되어 없어져 버린다. 대학언론도 비판대상이 없어지자 그 힘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앞으로의 대학언론은 물이 되어야 한다. 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낸다. 비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창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젊은이가 조각보다 아름다운 것은 아무리 훌륭한 조각이라도 한 자세밖에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음은 자유롭다. 학보는 대학생들의 자유로움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선택하려 하지 말고 그것을 뛰어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라. 그것을 위해 늘 꿈꾸고 상상하길 바란다. 이루지 못한 꿈을 상상할 수 있는 젊음이 가슴 설레지 않은가.”

 

-­이대학보 기자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배가 똑바로 가려면 이리저리 키를 돌려야 한다. 배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면 반대쪽으로 키를 돌려야 똑바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을 바꾸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변화하지 않는 것, 바꾸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360명이 360도로 뛰면 모두 1등을 할 수 있지만 한 곳을 향해 뛰면 1등부터 360등까지 생긴다. 이대학보 기자들도 다른 신문과의 차별화를 위해 계속 키를 돌리고 다른 각도를 찾는 노력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