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로 가득한 신촌의 저녁거리, 노상사주점들이 불을 환히 밝힌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처녀보살·계룡산도사’등 구석진 골목에 있던 점집이 대로로 나왔다. 비싼 복채를 내고 운명을 예견하는 기존의 점집은 이제 구식이다. 젊은이들에게 흡수된 ‘신(新) 사주문화’는 때로는 대학생들의 상담가로, 때로는 재미있는 놀이로 변하고 있다.


사주카페는 본교 앞 뿐 아니라 신촌·대학로·강남역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본교 정문 앞 거리에는 13개의 사주(타로)카페가 영업 중이며 노상 사주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기자는 직접 사주카페를 찾아 신년운세를 봤다. 그 곳의 역술가는 유행가가 흐르는 카페에서 간단한 음료와 편한 소파를 준비해 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복장도 특이하거나 무섭지 않다. 그야말로 평범한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 모습이다. 가격은 신년운세·평생사주·궁합 등 종류에 따라 5천원∼2만원 사이로 전문 철학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1년 이내에 다시 찾아오면 무료로 운세를 A/S해 준다는 톡톡튀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끈다.


14년 째 정문 맞은편에서 사주카페 ‘아이비’를 운영하고 있는 정창용(43·일산)씨는 “대학생이 궁금해 하는 질문도 시대에 맞게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90년대 학생들은 ‘언제 쯤 결혼하게 되나’·‘평생 사주가 좋은갗 등 역술가의 막연한 예지능력을 요구하는 질문을 했다. 반면 요즘 학생들은 재미 뿐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갖는 것이 좋은갗·‘나에게 맞는 고시는 뭘까’ 등 구체적 답변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씨는 “최근에는 손님들이 역술가에게 인생 상담을 원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지은(국문·2)씨는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된다”며 사주를 본다기 보다 카운슬링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대·신촌 일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길거리 사주’다. 이대역 근처에서 매일 저녁 점집을 여는 ‘Load 사주타로’의 대박(가명·양천구 목동)씨는 사주는 서비스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마음으로 조심해야 할 것·하면 좋은 것 등을 조언해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촌 한 자리에서 4년 째 사주를 봐주고 있다는 공자(가명·종로구 옥인동)씨는 밤이 되면 신촌으로 나와 노상 사주점의 문을 연다. 그는 “사주가 점점 찾아가는 서비스의 경향을 띄는 추세”라며 “실제로 밖에서 맞이하는 손님이 더 많다”고 밝혔다. 길거리 사주점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는 김하나(정외·2)씨는 “전문 철학관은 부담스러운데 반해 길거리에서 보는 점집은 가벼운 마음으로 찾게 돼 즉흥구매의 성격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동양철학회 송인창 회장은 “지나친 상업주의와의 결탁으로 젊은이를 겨냥한 비전문적 역술인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문제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음지학문으로 여겨지던 역술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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