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면 됩니다. 안 되면 또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또 하면 됩니다.”
국내 최초로 ‘바이놀 유도체’를 발명한 김관묵 교수(나노과학 전공)와 박현정(나노과학부 전공 박사과정)씨의 연구 철학이다. ‘바이놀 유도체’는 L아미노산의 95%이상을 D아미노산으로 변환시키는 유기화합물이다. 이번 연구로 인해 의약품 물질로 쓰이는 D아미노산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과는 지난 26일 ‘사이언스’지의 하이라이트(High Light)논문에 게재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성공적인 연구의 힘은 오로지 하나. 3년 동안 매일 밤 10시까지 우직하게 연구실 불을 밝힌 성실함이다.
그들의 인연은 3년 전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 교수는 선임연구원으로 D아미노산을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고 학부생이었던 박씨가 연구생으로 함께 일하게 됐던 것. 그 후 2004년 본교로 연구 장소를 옮겨와 자연 상태의 L아미노산을 D아미노산으로 변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포기’라는 장애물이 존재했었기에 더욱 빛을 발했다. 계속 되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어 연구 중단이라는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논문 한 편 못 써보고 끝나는 줄 알았죠. 하지만 한 명이 포기하고 싶어지면 다른 한 명이 연구에 더 열정적으로 임했습니다.”김 교수는 힘들 때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교수와 학생의 끈끈한 정으로 연구실은 훈훈했다.
원하는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자 아무 말 없이 마주보며 계속 웃다가 김 교수가 말문을 연다. “그 맛이 사람을 중독되게 한다니깐요.”연구에 성공했을 때 맛볼 수 있는 전율 감에 중독된 김 교수와 박씨는 오로지 한 연구를 위해 3년을 달려왔다.
“과학 연구는 시행착오가 많은 분야인 만큼 요령을 피워선 안 돼요. 실패와 좌절을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김 교수의 말을 이어 박씨도 “연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하는 거예요. 생각해 본 것은 하나도 안 빠뜨리고 다 실험해 보는 자세가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힘겨운 성공 결실의 맛을 진정으로 느껴본 그들은 오늘도 묵묵하게 연구실을 지킨다.
이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