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주말 저녁, 이화의 교정은 한 대의 피아노와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낭만과 정취가 가득했다. 10일(금) 음악대학 김영의 홀에서 열린 김동근 교수(성악 전공)의 독창회. 채플시간 채플합창단의 흥겨운 성가곡과 춤 동작, 그리고 흥에 겨워 단원을 지휘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검은 턱시도를 입고 노래하는 바리톤(베이스의 차분함·테너의 화려함을 함께 지녀 남성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소리) 한 사람이 무대에 있다.

독창회는 크게 ‘War Scene(전쟁장면들)’과 ‘Dichterliebe(시인의 사랑)’으로 구성됐다. 현대음악 작곡가 Ned Rorem(1923∼)의 5곡으로 이루어진 ‘전쟁장면들’은 불협화음과 난해한 박자 때문에 전쟁의 공포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김 교수는 “1부 곡들은 북한 핵 문제 등 요즘 불안정한 사회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곡이다. 특히 4번째 곡 ‘Inauguration(취임식 무도회)’는 전쟁 부상자로 가득했던 공간이 얼마 후 무도회장이 된 상황을 노래하는 것으로, 전쟁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로버트 슈만이 작곡한‘시인의 사랑’을 노래했다. 이는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사랑의 기쁨·실연의 슬픔·잃어버린 사랑에의 회상을 모두 담고 있는 낭만파 가곡이다. “의미전달을 위해 일부러 팸플릿에 가사를 실어 크게 만들었어요. 음미하며 듣다 보면 눈물이 떨어질지도 모릅니다.”노래에 가사를 맞춰가며 들어보니 과연 절절했다.

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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