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5일간 수행...구달 박사의 끊임없는 에너지 원천은 소명의식과 열정

제인 구달 박사를 처음 뵌 것은 2004년 방한 강연 때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난 대강당 2층에 앉아 있었고 구달 박사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 후로 2년이 지났다.
야생동물 보호 운동을 하면서 동물에 대한 내 관심은 더욱 깊어졌고 마침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에코 과학부를 신설한다는 소식과 제인구달 박사의 수행원을 뽑는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동생의 적극적인 권유에 용기를 얻어 인터뷰에 참가했다.


2차 면접에서 최재천 교수님은 수행원에게 필요한 것은, 구달박사의 마음을 잘 읽고 늘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 그리고 때로는 구달 박사를 위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요청을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아는 것이라고 하셨다.


부족한 것이 많음에도 수행원으로 뽑혔고, 구달 박사가 오시기전까지 한달의 시간이 있었다. 구달 박사의 책을 읽으며 준비했고, 한달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불안한 마음속에 구달 박사님이 오시는 날이 왔고 인천 공항에서 구달 박사님을 뵙게 되었다. 1년에 300일 이상을 여행을 하며 강연을 하시는 분, 자신의 집이 비행기라는 말까지 하시는 분 그래서 아주 지쳐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처음 만나는 이 순간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달 박사는 힘찬 걸음으로 걸어왔고 너무나도 맑은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구달 박사의 에너지에 대하여 감탄을 하며 질문해왔다. 구달 박사는 그 에너지의 비결은 채식이라고 하셨다.


내 생각에 채식도 그 비결 중에 하나이지만, 자신이 세상에서 할 일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소명의식과 열정 또한 그 비결이 아닌가 한다. 내가 구달 박사를 위해 한 일은 사실 길동무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일들이 과연 구달 박사님을 얼마나 편안하게 해드렸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편안했던 사람 행복했던 사람은 나였던 것 같다. 멀리서 보아야만 했던 분을 5일 동안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옆에서 바라본 구달 박사는 처음 인상처럼 맑고 힘찬 분이었다. 비교적 쉴 틈이 있다는 한국에서의 일정도 정말 힘든 것이었다. 힘든 일정들 사이에서 구달 박사는 이동 도중 틈틈이 지인들에게 엽서를 보내고는 했다. 그 엽서는 자신을 지지해주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료들, 자신의 가족들 그리고 새로 만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쏟아지는 인터뷰에 최대한 응하려 하셨고, 늘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이러한 열정이 구달박사를 힘차게 보이게 하는 이유인 것 같다.구달박사의 맑은 기운은 박사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 같다. 늘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음식을 덜어서 드셨고 식당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안타까워하셨다.?


제인구달 선생님은 이번 한국에서는 유치원의 어린이들로부터 대학생, 주부,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들까지 정말 이 사회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뿌리와새싹(Roots and Shoots)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의 학생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UN 평화대사로서 반기문 UN사무총장 당선자를 만나 축하의 메세지를 전했다. 또한 화계사에서 스님들과 함께한 발우공양을 통해서는 먹을거리를 통해 모든 생명들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동양의 지혜를 배웠다고 말한다. 제인구달은 이번 5일간의 방문을 통해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이제 우리가 그 씨앗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실천하고 새싹이 돋아나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도록 할 때이다. 제인구달선생님과의 다음 만남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새로운 하지만 평범한 진리를 가지고 오실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대한다.


함은혜(정치외교 04년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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