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삼성 교육문화관 앞은 정오쯤이면 외국인들로 가득하다. 본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다. 영어·일본어 등 모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그렇군요”“재밌었어요”라는 간단한 한국어를 추임새 넣듯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언어교육원 한국어 프로그램의 수강생은 연간 약 2천여 명. 이들은 왜 본교 언어교육원을 선택했을까?

세분화된 프로그램
한국어 프로그램의 특징은 학생의 목적에 맞춰 교육 과정을 따로 개발했다는 데 있다. 교육과정은 5개로 세분화됐다. ▲어학연수생을 위한 ‘집중과정’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한국 거주 외국인을 위한 ‘정규과정’ ▲방학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단기과정’ ▲한국어능력시험 등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과정’ ▲본교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교환학생을 위한 ‘교양한국어과정’이 그것이다.
1988년 6월 개설된 한국어 프로그램의 초기 수강생은 주로 외국인 주재원들이었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은 오로지 한국어를 배우고자 모국을 떠나온 어학연수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학연수생들은 주5일·하루에 4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국적분포는 고르지만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중국·동남아시아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현재 일본인 학생의 비중이 가장 높다.
“겨울연갇불새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다 한국어까지 배우게 됐다”는 일본인 어학연수생 사토 유카코(29)씨. 한국 생활 10개월째지만 벌써 능숙한 대화가 가능하다. 난이도에 따라 나뉜 6단계의 과정 중 사토씨는 4단계를 이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콤플렉스·사랑 등의 주제를 놓고 토론식 수업을 한다고 했다. 1년 일정의 교육 과정을 마친 후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집중과정’이 실생활 위주로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한다면 ‘교양한국어과정’은 대학에서 한국어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둔다. 때문에 교환학생과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 학생들은 교양한국어과정을 수강한다.
1기 EGPP 학생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 강의를 들으려고 올 한해, 한국어 공부에 ‘올인’했다. 학기 중에는 4시간, 방학 중에는 6시간을 투자했다. 3월에 ‘가나다라’ 밖에 모르고 한국에 왔던 응우엔 탄감(언홍영·1)·너부리다 파스차(국제·1)씨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졌다.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한글 문자도 주고받는다.

실용적인 프로그램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캐즈(법학·4)씨는 본교 한국어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실용성’을 첫째로 꼽았다. 캐즈씨는 월∼금 하루 4시간씩 9학점짜리 ‘교양한국어’강의를 듣는다. 그는 “한 학기 교환학생이기 때문에 체류기간은 짧지만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언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캐즈씨가 속한 초급반의 강의는 음식 주문하기, 길 묻기 등의 생활 한국어를 위주로 진행한다.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고 가끔 ‘남자친구에게 거짓말하기’등의 재미있는 주제로도 대화를 이끈다.?교재로 쓰는 ‘말이 트이는 한국어’ 1~5권 역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본교생 참여 프로그램 확대해야
올해 대동제때 사토 유카코씨는 언어교육원 친구들과 함께 장터를 열었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오코노미야끼를 팔았는데 장사가 잘됐다”며 웃는 그에게 대동제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언어교육원 학생들은 학내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중앙도서관·기숙사도 이용한다. 그러나 이화인과 어학연수생을 연결해주는 제도적 지원이 미미해 학생과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다. 학내에 어학연수생 지원 동아리 ‘한국어나눔회’가 있지만 인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언어교육원 홈페이지의 ‘언어교환 게시판’도 활성화돼 있지 않다.
연세대학교(연세대) 한국어학당은 글로벌 라운지를 만들어 연대생­어학연수생이 서로의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라운지 내에 언어교환을 원하는 학생이 게시물을 붙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으며 인터넷으로 학생들의 신청을 받기도 한다. 연세대 김혜지(영문·2)씨는 독일에서 온 어학연수생과 일주일에 2번씩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김씨는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 주니 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고 친구도 사귈 수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앞으로 언어교육원은 한국어 프로그램 연수생과 본교 학생들의 교류제도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혜 언어교육원 교수부장은 이화인들에게 “언어교육원 학생들도 이화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교류 프로그램 확대 시 이화인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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