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종이 한 장 분량의 윤리강령. 미국은 500쪽에 달한다는데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이래서 어떻게 국민이 국회의원을 믿으란 말입니까!”

‘변학도의원’에게 성희롱을 당한 ‘춘향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하소연한다.


학생들의 열띤 연기가 펼쳐지는 이곳은 단순한 연극무대가 아닌 모의국회다. 정치외교학과(정외과) 학회 Arete는 2일(목)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국회의원 윤리강령 모순’이라는 주제로 제1회 모의국회를 열었다.


모의국회는 비윤리적인 국회의원 5명과 윤리특별위원회(윤특위) 위원 5명이 펼치는 연극 형식으로 이뤄졌다. 변의원이 술을 마시던 중 춘향이를 성희롱하자 춘향이는 윤특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부정확한 ‘국회의원 윤리강령’때문에 변위원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에 윤특위는 윤리강령을 새롭게 수정해 부정부패한 의원들을 꾸짖는다는 내용이다.


공연 중반부에서는 기존의 허술한 윤리강령 조항들을 고쳐나갔다. 제7조 중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기준을 넘는 사례금’이라는 말을 ‘상한금액 10만원’으로 바꿔 모호함을 없앴다. 제11조 중 ‘1년에 1번하는 재산신고’는 ‘재산신고 외에 직계가족의 소득신고를 3개월마다 제출함’으로 수정했다. 이는 ‘재산’과 ‘소득’을 정확히 구분해 세금 신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성실히 윤리강령 준수할 것’을 ‘반드시’로 고치는 등 법 적용에 애매했던 부분들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였지만 이날 모의국회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쉼 없이 터져 나왔다. 연기자들의 재치있는 대사와 애드리브가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면책특권’과 ‘자격심사 처리장캄등 전문 용어가 나올 때는 무대 뒤 스크린에 설명을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공연 후 관람자들의 질의 응답시간이 이어졌다. 부산대·숙명여대·한양대 등 타대 학생들도 참가해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토의를 바탕으로 결정된 개정안은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Arete’김수진 지도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학생들이 학습과정을 몸소 익히고 비판적 안목을 키운 것에 큰 의의를 둔다”고 평했다.


공연을 지켜본 이혜미(정외·4)씨는 정치학을 공부해도 국내보다 국외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대다수라며 “윤리강령 문제로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모의국회는 2003년에 중단된 ‘솟을민국 모의국회’의 맥을 이어 올해 다시 1회를 맞았다.



이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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