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제 음악에 공감해주니 신기해요"
"외국인들이 제 음악에 공감해주니 신기해요"
  • 김정은 기자
  • 승인 200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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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햇빛에 비친 단풍을 보고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춤을 추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초록색에서 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느꼈을까 생각하면서 쓴 곡입니다.”
유영우(작곡·06졸)씨가 올해 열린 제5회 이탈리아 발 티도네 국제 음악경연대회에서 작곡부문 1등을 수상했다. 이제 졸업한 지 1년 남짓한 예비 작곡가, 특히 유학경험이 없는 학생이 국제적인 대회에서 수상한 것은 본교 작곡과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바이올린2·비올라1·첼로1 총 다섯 명이 연주하는 10분 분량의 이 실내악 연주곡 ‘The Five Pieces for String Quartet’을 완성하는 데 꼬박 한 달 반을 매달렸다.
학부 4년 동안 지도교수였던 이여진 교수(작곡 전공)는 유영우씨의 수상소식을 듣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학생이었다며 “졸업 전에도 국내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능력이 뛰어나고 욕심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유영우씨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여느 아이들과 비슷하게 동네 피아노 학원을 시작으로 음악을 접했지만, 그 열정 덕분에 피아노뿐만 아니라 클라리넷·바이올린·드럼 등 여러 악기를 다루고 다양한 장르를 즐겨듣는 음악학도로 변신했다.
그가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 일화를 들려줬다. “취미삼아 배우던 피아노가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면 엄마가 공부하라면서 그만두게 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고심 끝에 그가 택한 방안은 바로 예술고등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희망학교란에 몰래 적어 넣은 ‘선화예고’. 이 네 글자로 말미암아 그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그의 희망사항을 알게 된 부모님의 뒷바라지 덕분에 본격적으로 작곡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예고 입시 때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 그 기간에 피아노·작곡 수업 등 입시준비를 병행하느라 하루해가 짧기만 했다. 집이었던 수원에서 음악수업을 받기 위해 서울까지 매일 왕복하느라 무려 8kg이 빠졌다.
첫 국제대회 수상인데도 소감은 뜻밖에 담담했다. “그냥 신기했어요. 작곡은 대중음악을 하지 않는 이상 청중이 아니라 제 스스로 좋은 대로 만들기 마련인데, 그걸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고 그게 외국 사람들이라는 점에 더 놀랐어요.”
이 대회에서 각 부문 1등을 수상한 사람은 내년 2월 이탈리아 현지 음악 공연에 참여해서 곡을 연주해야 한다. 4월에는 미국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제 곡을 연주해줄 연주가들을 섭외하고 연습하려면 곧 출국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서 긴장보다는 설렘이 느껴졌다.
졸업을 하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 지금은 자신처럼 음악학도가 되고자 하는 고등학생들의 입시 수업을 하면서 틈틈이 작품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작곡가의 길을 걷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작곡 전공생인 그가 가진 또 하나의 꿈. “제 결혼식 때는 결혼행진곡 대신 직접 만든 곡을 배경으로 입장하고 싶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영우씨만의 결혼행진곡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