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한 기계들이 가득한 종합과학관 B동 2층 실험실. 조심스레 ‘똑똑’문을 두드리자 실험실 풍경과는 사뭇 다른 화사한 얼굴의 장은영(물리학과 석사과정)씨가 반긴다.


“어지럽죠? 아직 실험 중이라서요”라며 그는 앉을 자리를 만들어줬다. 그는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실험실에서 보낸다. 이렇게 실험과 동고동락하는 그는 지난 19일(목) 한국물리학회가 주최한 가을학술논문발표회에서 포스터 부문 우수 발표상을 수상했다.


그가 진행하는 연구는 산화철을 일정한 나노 입자의 크기로 잘랐을 때도 원래의 성질을 갖는지를 알아보는 것. 성질이 변하지 않는 산화철은 바이오센서의 핵심 요소다. 바이오센서는 몸에 들어가 암의 발생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간 연구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눈물이 났어요. 제 탓인 것만 같아서 자책도 많이 했지요.” 힘들었던 순간에 많은 격려와 위로를 건넨 사람은 다름 아닌 김태희 담당 교수(물리학 전공)다. “실험이 끝날 때까지 항상 함께 계세요. 절대 학생들을 두고 먼저 가는 법이 없으시죠”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우수 논문상을 받은 것도 교수의 격려와 조언 덕분이라고.


장씨는 03학번이다. 대부분의 동기는 4학년에 재학 중이지만 그는 학·석사 연계 과정으로 석사과정에 있다. 처음에 그는 생물학과를 지망했다. 하지만 한 번 물리학에 빠진 후에는 남들보다 일찍 학부 공부를 마칠 정도로 물리학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물리학은 지루하고 따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배울수록 쉽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학문이죠.”


그의 최종 목표는 ‘매직 메모리’라고 불리는 ‘M­RAM’의 개발이다. M­RAM은 전원이 나간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살릴 수 있는 신개념 메모리칩이다. “M­RAM을 개발하게 되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큰 변화를 맞게 돼요. D­RAM·플래시 메모리 등 기존의 메모리는 모두 없어지게 될지도 모르죠.”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그는 현재 삼성 입사도 미룬 상태다.

“지금 제 생활에서 실험은 0순위에요. 실험 결과가 잘 나올 때가 제일 행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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