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문화적인 속성을 지닌 동시에 문명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중국 주변의 나라들을 한자 문화로 교화시켜 한자 문화권을 형성시킨 동시에 한자를 통해 백성을 교화시키고 나가서는 국토까지 확장시켜 다양한 문명을 창조 한 것이 이를 증명할 수 있다.
한자는 표의성이 강해 의미를 심도 있게 전하고 자형으로 뜻을 전해 생동감 넘치는 형상까지 전달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지닌 한자는 신 중국 설립 이후, 필획의 번다함이 쓰기 불편하다는 이유와 문맹을 줄인다는 취지로 간략화 한 간화자(簡化字)를 제정해 사용함에 따라 표의성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선 4대 문명의 언어 중 중국문화권의 한어만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언어이다. 한자의 표의성과 조자원리는 유가문화와 중국 문명을 창조하는 기반을 이뤘다. 또 한자 사용은 거대한 영토를 지닌 중국을 분단 없는 통일국가로 유지할 수 있는데도 일조했다. 문자가 창제된 이래로 자체(仔體)를 최초로 통일했다는 점에서 국가대사였으며 또 그 바탕 위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제 왕조를 건립할 수 있었다. 문자의 통일은 화폐와 도량형의 통일을 가능케 해 유통문명도 창조하게 했다. 고대 중국이 성립된 이래 근대까지 장구한 역사기간 동안 중국인은 포음성이 강한 한자를 계속 사용했기에 역대 왕조를 통일 국가로 유지시켜갈 수 있었으며, 외족의 침입은 오히려 중국의 영토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음에 주목하게 된다. 중국은 거대하고 강력한 국가 유지로 인해 다채로운 문명창조가 가능해졌다.
그 외에도 중국 주변국에 한자가 수용됨으로 인해, 한자 문화권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한문전적들이 주변국으로 전파되면서 한자는 동아시아 문화와 문명창조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 불가사상의 경우, 만일 불경이 한자가 아닌 다른 문자를 빌어 기록됐다면 불교문화와 문명이 과연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하고 반문하게 된다. 특히 사서(史書) 편찬은 중국민족의 단원성과 민족전통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를 이루었으며 주변국들의 사서 편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밖에도 한자는 불교 및 제자 사상 전파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아편전쟁 이후 한자는 표의성이란 장점이 오히려 번잡함과 난해함을 초래해 익히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한다. 특히 신 중국 성립이후 문맹을 줄인다는 취지로 한자는 간화자의 길을 걸어야 하였다. 그러나 현재 간화자는 한국 등 주변국에서는 중국어 교육 외로는 수용하지 않고 있어 생소함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또 중국의 일반인들은 뜻보다 표음성이 강한 간화자를 공용문으로 쓰는데 반해 학자를 비롯한 지식계급은 번체자로 된 고서(古書)를 보면서 번체자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로 야기되는 이원화된 문자정책은 중국의 문화 계승 발전에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한편 6년 전부터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 6국은 자국 한자의 자형과 자음이 서로 달라 컴퓨터상 호환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협의해 해결함으로써 인코딩 시스템을 확립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장차 간화자가 지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문화제국주의를 극복하고 다양한 문화와 문명의 특수성을 수용해 보다 다원적 문명을 창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종진 교수(중어중문학과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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