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하던 중앙도서관도 조금은 한산해졌다. 시험은 끝났지만 아직도 이화인들은 시험 기간에 있었던 일들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캠퍼스 내에 돌고 있는 ‘시험기간 사건사고’를 모았다.

10분 고사, 들어는 보셨나요?
팽팽한 긴장 속에 시작된 근대 일본과 동아시아 중간시험. 학생들이 손놀림이 심상치 않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펜부터 갖다 댄다. 그런데 모두 10분 만에 답안지를 내버린다. 시험 문제가 건들지도 못할 만큼 어려웠던 것일까?
“미친 듯이 써보세요”
김영숙 교수(사학 전공)가 시험을 예고하며 한 말이다. 김 교수는 성적에 10%가 들어가는 중간고사 시간을 10분으로 정했다. 그는 “공부를 충분히 해서 저절로 답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10분 만에 어떻게 서술형 문제를 푸느냐”며 불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한 바닥을 넘게 시험지를 빽빽이 채우는 ‘초인성’을 보여줬다. 김경호(방송영상·2)씨는 “안 될 줄 알았는데 되더라고요. 저도 한 바닥 넘게 썼어요”라며 웃었다.


긴장한 나머지 그만…
기독교와 세계 시험이 끝난 후, 한 학생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기독교학과 사무실을 찾아왔다. “제가 모르고 답안지를 제출 못 했어요.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목소리는 떨렸고 말투는 간절했다. 학생은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시험이 끝나자 답지를 가방에 넣고 나와 버렸던 것. 시험장을 떠난 지 10분이 지나서야 깨닫고 급히 과사무실을 찾았지만 감점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감독을 맡은 조교는 “대학 시험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1학년 학생이 종종 실수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침착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좌석 부족해서 우왕좌왕
19일(목) 오전9시. 이른 시험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기본일본어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서둘러 학관 510호에 도착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설수록 소란해지기만 한다. 마침내 터진 목소리. “교수님, 앉을 자리가 없어요!”
강창임 교수가 강의하는 3개 분반이 함께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인원은 1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좌석이 10석 이상 부족했다. 학생들을 시험대열로 앉히기까지 15분이 걸렸다. 그동안 앉지 못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성여야 했다.
ㄱ씨는 “교수님이 시간을 더 주신다고 했지만 다음 시간이 바로 시험이라 일찍 마쳐야 했다”며 학생들 편의가 반영되지 않은 교실 배정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과학의 지형도 03반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 교수는 “나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며 “앞으로 교실 배정에 더 신중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은규 교무과장은 “교무과는 인원과 교수의 요구를 최대로 반영해 교실을 배정한다”며 교수와 교무처 간 더 활발한 의견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눈 나쁜 사람은 어떡하나요
“어휴∼ 안 보여요!” “조교님이 와서 한번 보시라니까요”
17일(화) 행정법총론 02반 시험시간. 시작한 지 5분이 지났는데도 학생들의 아우성은 잦아들 줄 몰랐다. 지문만 A4 한 페이지인 행정법 사례 문제를 프로젝터로 띄워서 제시했기 때문이다. 시험지는 없었다. 안경을 끼고 오지 않은 학생들과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시험을 못치겠다며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문의 글씨 크기를 늘리고 5분 간격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시험은 진행됐다. 하지만 시험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던 이들은 지문과 문제를 베껴 쓰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듣는 ㄴ씨는 “당황스러웠고 집중도 잘 안됐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유환 교수(법학 전공)는 “큰 두루마기를 펼쳐서 문제를 보여줬던 예전의 사법시험 방법을 응용해 봤지만 학생들 불만이 많았다”며 “다시는 시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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