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질문과 일괄적 평가 개선돼야

오늘 27일(월)부터 강의평가가 시작된다.
강의평가제는 강의의 질과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1990년대 전국 대학에 도입됐다. 매학기 학생들이 작성한 결과는 익명으로 처리, 각 단과대학 학장과 담당 교수에게 제공되며 다음 학기 강의 개설·교과내용 구성 등의 자료로 활용된다.

본교 강의평가 점수는 2001년 이후 꾸준히 높아졌다. 그러나 강의평가제는 질문내용·결과 공개 여부·학생 참여도 등에서 보완할 부분도 있다.
본교 강의평가 설문지는 2002년 교수학습센터에서 국내 16개 대학의 강의평가 문항 분석에 기초해 연구·개발됐으며 2003년부터 적용됐다. 설문지는 이론교과목(11문항)·실험실습교과목(12문항)·의과대학임상(5문항)으로 구성돼있으며 ‘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이다·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의 오지선다형이다. 각 설문지 마지막에는 자유의견을 적는 주관식 문항도 있다. 객관식 문항은 필수인 반면 주관식은 선택이다.

강의평가는 추상적인 질문·반영 정도·일괄적인 평가 기준을 두고 문제가 제기돼왔다. 임혜숙 교수(컴퓨터ㆍ정보통신공학 전공)는 “‘강의 학습량은 충분하였다’는 문항은 매우 애매하므로 질문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이 강의를 통해 학습의욕이 증대되었다’항목은 교수의 강의 내용보다는 학생의 노력에 의존하는 부분이므로 강의평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교양 강의와 소수로 이뤄지는 전공 강의의 평가 질문이 같다는 점도 문제다.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몇백 명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와 소형 강의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홍기석 교수(경제학 전공)도 강의 규모나 난이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이는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객관식 일색인 질문 또한 개선 대상이다. 많은 교수들이 마지막 질문인 주관식 문항을 주의 깊게 참고한다. 장미용 교수(독어독문학 전공)는 주관식 문항을 필수로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강의평가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교의 결과 반영이 필요하다. 현재 본교 학생의 약 80%가 강의평가를 하고 있다. 교무처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일종의 제재로 성적 조회일로부터 1주일간 확인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의평가 결과를 참고하기 위해 본교 학생들은 ‘이화이언(www.ewhaian.com)’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캠퍼스 강의평갗코너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사이트는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직접 평가 내용을 서술하거나, 강의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본교 외에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학생회는 2005년 1학기부터 홈페이지(www.inmun.net)를 통해? ‘좋은 수업 만들기 프로젝트 - 클릭! 이 수업’이라는 자체 강의평가를 실시했다. 이 사이트에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170여개의 강의평가가 게시돼 있다. 특히 이 강의평가 문항은 과제의 제출 횟수·출석과 시험의 비율·담당 교수의 성향 등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해 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경희대학교 학생회는 자체 조사한 강의 평가 결과를 통계내 책자로 발간한다. 이 책자는 수강신청 기간에 맞춰 배부한다.

성균관대(성대)는 원활한 피드백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이 중간고사 이후의 강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올해 ‘중간 강의평가제’를 실시했다. 이승준 성대 교무처 주임은 기존의 강의평가가 다음 학기에나 영향을 미치는 시차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대학은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데 반해 카이스트는 학교가 실시한 공식 강의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한다. 응답률 80%이상·응답자가 10명 이상인 강의의 평가 결과를 총학생회에 전달,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과거 학기의 평점도 열람 가능하다.
본교 교무처는 강의평가 설문 문항이 더욱 합리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방식 및 경과 공개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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