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동기는 학문 · 자기계발 등 각양각색

'대학 동지족' · '올드보이' 이는 졸업을 늦춘 채 구직활동을 펴고 있는 대학 5학년 생 혹은 대학원을 도피처로 삼고 있는 학생들을 가리킨다. 과연 대학원은 학생들의 도피처일까. 다양한 목적을 갖고 공부에 관한 열정을 불태우는 대학원생들을 만나봤다.


“대학원에서 얻고자 하는 거요? 물질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워 지는거죠” 장양미(기독교학 박사과정)씨는 학부 때 사회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 오면서 전공을 바꾼 경우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열심히 다녔어요. 그런데 자랄 수록 의문이 하나둘 생기는 거예요. 교회에 물어봐도 대답을 안해주고. 답답했죠” 그 와중 이화에 입학했다. 필수교양인 기독교와 세계 수업에서 그는 생각해온 기독교 사상을 뒤엎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뒤 장씨는 기독교학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박사과정까지 공부를 하는 데 대한 후회는 없다.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해보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는 “인문학은 돈 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대신 정신적인 풍요를 얻게 돼죠”라고 답했다. 그는 취업에 걸맞은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새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취직하기 힘들어서 잠시 쉬었다가 가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마세요. 열정이 없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업의 질도 낮아져요”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늦깎이 대학생이 있는 것처럼 늦깎이 대학원생도 있다. 41세의 ㄱ(언론학 석사과정)씨는 타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까지 마친 중년 엘리트다. 지금은 회사에서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더 좋겠다 싶어 언론학 석사과정을 결심했다. “순수하게 공부가 좋아서 들어온 것은 아니예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다보니 이 쪽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또래가 적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다. 다만 집이 대전이라 매주 화요일이면 KTX를 타고도 왕복 4시간의 상경을 해야한다는 게 어려움이라면 어려움이다. 연구소 생활하랴 공부하랴 빠듯한 일정이지만 “이 정도의 투자는 공부해서 얻는 것에 비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의 욕심은 젊은이 못지않다. 대학원 진학 전, 학교 탐색에 1년을 쏟은 것만 봐도 그렇다. 언론학 관련 신문기사와 책을 찾아 읽었다. 그러다 본교 김영욱 교수(언론학 전공)의 책을 접했고 ‘이분이다!’싶었단다. 현재 그는 김 교수 밑에서 공부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하면서 지식을 쌓기도 하지만 삶의 태도도 변화한 것을 느껴요. 과거에는 메세지를 전달할 때 메세지 자체에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그러나 이제는 상호 관계 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죠.”그는 석사과정에 머무르지 않고 전공 분야 대해 더 공부할 계획이다. 그는 “취직이 목적이라면 석사 이수보다 인턴십이나 직장에 다녀 경력을 쌓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조언했다.

김승희(수학 석사과정)씨는 대학원에 온 계기를 묻는 질문에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라는 한마디로 대답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이런 이유를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요즘같이 취업하기 힘든 시대에 대기업 계열에 취업이 되고도 입사 포기서를 썼던 것. 학부생 시절 취업을 결심한 것은 평생직을 꿈꾼다기 보다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막상 취업이 되고 나니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막막했다. “회사에 다니며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공부하는 습관을 버리게 될까 두렵기도 했고요. 수학은 방학만 쉬어도 힘들거든요.”

그는 공부하고 싶었다. 학부 때 공부는 그의 열의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했다. 대학원에 진학하자 공부를 하려는 알짜배기 사람들을 만나고, 교수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그의 공부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에서 대학원이 만족스러운 편이다. 김씨는 석사 졸업 후 미국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누구는 직장에서 일하는게 직업이라면 저는 공부하는 게 직업인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본교 대학원생은 총 4953명이다. 본교에서 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하는 학생도 전체의 18.7%(2006년 4월1일 기준)에 이른다. 이들의 사정과 목표는 각각 다르다. 그렇지만 대학원생들이 대학원을 준비하는 학부생에게 강조하는 것은 단 한 가지. 공부에 열정이 있고, 욕심있는 사람만 오라는 것이다. 김승희씨는 “대학원의 3월은 대학의 3월과 달라요. 아무런 꿈 없이 선택하면 적응하기 힘들 거예요. 치열하게 고민하세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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