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연구하는 장이권 교수(생명과학 전공) 인터뷰

귀뚤귀뚤. 가을이다. 귀뚜라미 노래 소리가 가을밤을 적신다. 보통 귀뚜라미가 운다고 말하지만 유독 ‘노래한다’고 고쳐 말하는 교수가 있다. 생명화갛부 최재천 석좌교수 실험실에 있는 장이권 연구교수(생명과학 전공)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귀뚜라미와 함께하는 귀뚜라미 전문가다. “귀뚜라미가 소리를 내는 것은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운다고 하면 목적하고는 맞지 않잖아요? 그래서 노래한다고 표현해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이 있다. 권은비(행동생태학 석사과정)씨는 “학생들 끼니는 잘 챙겨 먹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항상 걱정해주신다”며 연구실 내에서 친절한 교수님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종합과학관 B동 연구실에서 하는 일은 왕 귀뚜라미 연구. 왕 귀뚜라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귀뚜라미로 노래 소리도 크고 신호체계가 복잡하다. 그는 왕 귀뚜라미의 노래 소리를 녹음해 신호체계를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 귀뚜라미들은 어디서 사온 것이 아니라 모두 이번 여름방학 때 채집해 온 것이라는 점이다. 봄·겨울에는 귀뚜라미들이 땅속에 있어 채집하러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귀뚜라미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여름과 가을에는 가능 한 많이 야외로 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도 경상남도 통영과 진주·지리산에서 건강한 귀뚜라미들을 잡아왔다. 현재 이 귀뚜라미들은 연구실에서 숲을 연상시킬 만큼 크게 울고 있다. 그는 “외부 채집을 나가면 실내연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어요. 책이나 인터넷에서 본 것을 직접 관찰하면 학생들도 저도 신이나요. 또 생태계뿐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 음식 등도 함께 보게 되니 살아있는 공부죠”라며 외부 채집의 매력을 설명했다.

많은 곤충들 중에서 유독 그가 노래하는 곤충을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뚜라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했더니 그런 것은 없단다.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가 노래하는 곤충을 연구했다는 이유밖에는. 그는 시시해서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 설명은 결코 시시하지 않았다. “석사·박사 때는 벌집에 기생하는 나방을 연구했어요. 그 나방은 초음파로 신호하기 때문에 생전 소리를 듣지 못했죠. 또 어두운 곳에서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가 끝나도록 나방을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요” 이 경험 이후 그는 소리가 쾌청하게 들리는 귀뚜라미를 연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렇게 귀뚜라미를 연구하면서 밝혀낸 새로운 사실도 있다. 이 결과는 그가 박사과정 후 쓴 논문의 내용이다. 소리가 비슷한 귀뚜라미 두 종이 만나면 둘 다 소리를 바꿔 자신을 알린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그는 두 귀뚜라미 중 숫자가 적은 종의 귀뚜라미만이 소리를 바꾼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앞으로도 그는 계속 ‘노래하는 곤충’에 열중할 예정이다. 매미나 여치 등 연구대상은 무궁무진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연구가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노래하는 곤충들을 모두 연구해서 ‘한국의 노래하는 곤충’ 을 다룬 책이나 연구물을 발표하고 싶어요” 의지 가득한 그의 눈을 보니 몇 년 후 노래하는 곤충 1인자라는 타이틀이 붙은 그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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