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는 물을 많이 마시고 선글라스를 착용하시오’
현재 저는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애리조나대학(University of Arizona)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습니다. 위의 말은 오리엔테이션 기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얘기입니다. 애리조나 주의 투산이란 도시에 위치한 이 대학은 사막답게 캠퍼스 안에도 선인장이 심어져 있고, 도마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날씨도 무척 건조하고 햇빛도 강렬해 물과 선글라스·선 스크린이 필수품인 곳입니다. 선인장도 말라 죽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까요. 애리조나 대학 만의 특이한 점이 있는데, 일명 ‘물차’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생수를 던져 줍니다. 간혹 뜨거운 열기 때문에 쓰러지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8월21일()에 학기가 시작돼 많은 경험을 하진 못했지만, 2주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크게 학업과 생활로 나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학교 생활은 이화와 비슷합니다. 학기제로 이뤄져 있고, 1주일에 150분씩 수업하고 3학점인 시스템도 같습니다.
읽어야 할 글이 많고, 퀴즈도 매일 보는 덕에 힘들기도 합니다. 수업 중간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는데, 거창한 질문이 아니라 “잘못 들었는데 다시 한 번 설명해 주세요” 식이라서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혼자 책을 찾아보면 답이 나올 것인데 200명씩 듣는 수업에서 그런 질문을 왜 하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질문한 학생을 칭찬하시고, 다시 천천히 설명을 하시더군요.
발표 못지않게 수업에 중요한 것이 토론입니다. 대형강의의 경우 1주일에 2번은 수업을 하고 1번은 30명 단위로 분반해 그 주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합니다. 수업 분위기는 자유롭지만, 교실에는 음식과 음료수 반입이 안 되는 것처럼 엄격한 부분도 있습니다.
주중에는 열심히 숙제하고 금·토요일에 스트레스를 풉니다. 조그마한 파티들이 많은데, 파티라고 해서 드레스를 입고 가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거 먹고, 운동하며 노는 것을 말합니다. 피자파티·아이스크림 파티·간혹 댄스파티 같은 것도 있더군요. 특히 기숙사에 살면 TV 라운지에 모여 피자나 쿠키를 먹으며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지난 번에는 교환학생들끼리 배구를 하며 놀았는데, 다들 운동을 좋아하고 잘 했습니다. 서양 장신들 속에 섞여서 체격적 악조건을 극복하려고 열심히 했더니 팔에 멍이 들었더군요. 9월부터는 대학 간의 스포츠 경기(배구·축구·미식축구 등) 가 시작됩니다. 스포츠패스라고 해서 한국 돈으로 6만원 정도 내면 1년 동안 하는 모든 운동경기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 학교 상징인 야생 고양이가 그려진 빨간 티를 입고 응원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렙니다.
제가 있는 학교는 교환협정을 맺은 유일한 한국 학교가 이화여대라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섞여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내 속에 있는 낯선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루하루 새로운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언론정보학과 03학번 이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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