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화) 39대 총학생회(총학) 선본 등록이 완료됐다. 1만6천 이화인의 살림을 책임질 39대 총학은 누구일까. 선거를 앞두고 본지는 ‘이화인들이 바라는 총학’이란 주제로 3일(금) 좌담을 진행했다. 이번 좌담은 이유민(국문·3)·양란희(행정·2)·성지현(사과·2)씨가 참석했다.

각자 생각하는 총학의 의미와 그들의 역할에 대해 말해본다면
성지현(성) : 총학은 학생들로 구성된 ‘자치조직’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 등록금·징계규정 등 학내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어떻게 없앨 것인지 고민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유민(이) : 더는 과거의 총학이 그랬던 것처럼 투쟁적 성격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여론광장’으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 자기 색깔만 주장하는 태도는 버리고 다수를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양란희(양) : 이름 그대로 총학은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학생회 하면 진보적인 운동권을 떠올리는데 총학은 더이상 진보만 외쳐선 안 된다. 다양한 불만을 수집하고 소통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 : 그러나 총학이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이도 저도 안 된다.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한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그 방향이 학생들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문제도 학생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성적 소수자들의 어려움을 예로 들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학생들이 총학에 대해 갖는 관심이 낮아졌다. 원인을 꼽는다면?
성 : 대학 내에서 학점경쟁을 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사회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이런 상황에서 총학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양 : 같은 맥락인데, 취업이란 산을 넘으려면 사회에 대한 고민이나 학교에 대한 불만이 많아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 : 내 경우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관심이 줄어들었다. 학생총회만 하더라도 성사됐지만 결과는 미흡하지 않았나. 총학 활동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도 한 원인일 수 있다. 

총학은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성 : 학교와 학생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한 총학이 학교와 대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학교와 총학은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를 극복하려면 더 많은 이화인의 얘기를 듣고, 공동행동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양 : 학생들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부분은 동감하지만 고공농성이나 삭발식 등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로 맞서기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자세는 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조금은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 : 그렇다. 너무 강경하게 맞선다면 상대방에게 반감만 살 뿐이다. 우선 서로 얼굴을 맞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총학에겐 ‘반장’같은 역할도 필요하다. 중·고등학교 때 반장이 나서서 선생님을 잘 설득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총학의 역할을 살펴봤는데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근거로 ‘화이팅!이화’의 활동을 평가해본다면?
양  : ‘화이팅!이화’의 가장 큰 활동은 등록금 투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것이 아닐까. 본교 등록금 액수는 분명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이다. 38대 총학은 이 문제를 공동행동을 통해 대외적으로 과감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이 : 비빔밥 만들기·싸이월드 홈페이지 개설 등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총학은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 않은가. ‘화이팅!이화’는 기존의 총학들에 비해 학생과의 소통에 주력했다고 평가한다. 
성 : 여러 차례에 걸친 공동행동 외에도 학생총회 성사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다. 등록금·징계규정 등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모아 함께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양 :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학생총회는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했고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됐다기보다 일회적인 행사로 그친 것 같다.
이 :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구조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아쉽다. 

마지막으로 각자 39대 총학에게 바라는 점을 말해보자.
이 : 아무리 생각해도 삭발식은 너무 강경했다. 머리도 아깝고…(웃음) 일시적으로 감동을 주었을지 몰라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학생과 학교를 모두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총학이었으면 좋겠고, 유연한 사고를 하길 바란다.
성 : 게시물 규정·징계규정 등 학내 문제가 심각하다. 자치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물론 부·복수 전공 21학점 등 학생들이 원하는 복지 공약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양 : 학교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학내 다양한 조직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총학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는 평가회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 이화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으면 한다. 지금 리더십 수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에티켓 활동을 총학 차원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쓰레기 분리수거·후문 무단횡단 등 기본적인 부분을 총학에서 나서주길 바란다.
성 : 친근한 총학도 좋지만 학생들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을 절대로 잊어선 안된다.
양 : 학생들의 이익을 지키려 한대도 모든 이화인들의 구미에 들어맞을 순 없다. 모두에게 똑같은 색깔을 강요하는 총학은 거부한다. 그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이화를 만들면 좋겠다.
이 : 우리가 원하는 총학을 만드려면 모두의 참여가 관건이다. 남의 잔치라고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태도 역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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