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근처는 평일 10만명, 주말에는 20만명에 육박하는 유동인구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는 본교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유동인구가 많을 뿐더러 젊은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 곳, 혼자살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인적이 드문 밤에는 혼자 다니기 무서워요”라는 고유란(행정·2)씨. 이대역 근처에서 언니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 그는 오후10시만 넘어도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가끔 언니가 늦게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창천동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김혜림(영문·2)씨도 가급적 밤늦은 시간에 다니는 것을 피하고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 3월 초 신촌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 사건을 접한 후 한층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조선족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하고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 자신의 하숙집 근처라는 사실은 그를 경악케 하기 충분했다. 김혜림씨는 “그 사건 이후 동네 곳곳에 무인카메라가 설치됐고, 대부분의 하숙집에서 디지털 도어락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살인 사건 같은 강력 범죄 외에도 신촌 일대에서는 크고 작은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 본교 후문 근처에 변태 성욕자가 출현해 학생들이 곤혹을 치른 것이 그 예. 본교 총무과에서는 변태 성욕자 출몰지역에 CCTV를 설치해 항상 감시하고 있다. 본교 김용완 총무과장은 “CCTV 설치 후 후문 근처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화인들의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박채령(법학·3)씨는 “후문은 정문에 비해 가로등의 수가 적고 조명도 약해 위험요소가 더 많은 것 같다”며 후문에서 정문으로 집을 옮기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완 과장은 서대문구청에서 후문 근처에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주변 안전을 책임지는 또다른 곳은 바로 신촌지구대. 소위 ‘하숙촌’이라 불리는 대현동·대신동·창천동·신촌동의 방범을 담당하고 있다. 신촌지구대 윤석주 순경은 “이화여대 후문, 대신동에 거점을 두고 24시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아영(유교·3)씨는 “가로등이 드문 후미진 곳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순경들을 자주 봐 방범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신촌지구대나 학교 측의 노력 외에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본교에는 ‘호신의 이론과 실제’ 수업이 매학기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학기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임정 강사(체육학과)는 “최고의 호신술은 도망”이라며 주변에 자신의 위험 상황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설픈 호신술로 상대방을 자극하면 자칫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도망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위기 상황 시에는 도망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20대 초반 여대생들은 운동량이 부족해 재빨리 도망가기가 어렵다. 그는 공격 목적이 뚜렷한 남성에 비해 여성은 근력이나 의지가 약하다며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하숙·자취집 근처의 도망 경로를 미리 만들어두고 연습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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