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취를 하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것만으로도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어느새 혼자 사는데 익숙해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은 어떻게 다르고, 독립된 생활을 통해 느끼는 고민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 자유와 책임감은 비례관계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 때와 다른 점으로 ‘무한한 자유’와 ‘늘어나는 책임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부모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만큼 책임지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는 것. 기숙사에서 나와 현재 자취를 하고 있는 고은별(중문·2)씨는 “통금이 없어 좋긴 하지만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방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간섭이 없으니 밖에서 밤늦게까지 놀고 다음날 늦잠 자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자취에서 하숙으로 옮긴 엄지원(심리·3)씨도 자취를 할 때는 공과금 납부와 끼니 해결 등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 불편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취생활을 통해 자립심을 기를 수 있었고, 어머니가 하시는 일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고 했다.


◆ 혼자라는 외로움
자유와 책임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것은 바로 혼자라는 외로움이다. 특히 하숙·자취 생활 초기엔 외로움을 많이 느낄 뿐 아니라 극복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자취생활 4년차인 홍진의(초교·4)씨는 기숙사 생활을 거친 후 지금은 두 여동생들과 같이 살고 있다. 그는 “둘째 동생과 단둘이 살 땐 집에 가구도 거의 없고, 집에 들어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황폐한 생활이 너무 싫었다”며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은 부모님과 살 때처럼 집도 꾸미고, 음식도 자주 만들어 먹고 해서 안정적인 삶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하숙을 하고 있는 박유강(중문·2)씨는 혼자 산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자꾸 집 생각이 나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집에 한 번 다녀오기라도 하면 며칠 동안 부모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이런 외로움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많은 학생들은 친한 친구와 같은 방을 쓰거나 집 밖에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것으로 홀로 있다는 것에서 오는 외로움을 해결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하숙을 하고 있다는 이혜민(경영·2)씨는 “집이 지방이라 서울에서의 생활이 많이 낯설고 걱정됐었는데 친한 친구와 살면서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무서움을 많이 극복했다”고 전했다. 또 이가은(경제·3)씨는 “좁은 방안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외로워진다”며 “가끔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TV를 보며 기분전환을 한다”고 말했다. 


◆타인과의 공동체 생활
하숙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집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과 하숙집에 거주하는 다른 하숙생들과의 공동생활이 색다른 경험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최유정(경제·3)씨는 하숙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지금은 친척집에서 통학하고 있다.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생활과 공동으로 쓰는 냉장고로는 평소 물처럼 마시던 오렌지 주스도 자주 마실 수 없어 고생했다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선을 공유해 썼기 때문에 한 사람이 큰 용량의 자료를 다운받거나 하면 인터넷이 갑자기 중단되는 일도 잦았다. 현재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강하나(영문·3)씨는 “예전에 하숙했던 곳에 알코올 중독자인 남자 하숙생이 있었다”며 “술만 먹으면 주정을 부리고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무서웠다”고 당시의 고충을 밝혔다. 그는 하숙집·고시원·기숙사·오피스텔 등 다양한 곳에서 살아봤지만,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오피스텔에서의 삶이 가장 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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