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음의 비결은 '하숙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종종 외로움을 토로하는 하숙생들. 하지만 알게모르게 이들의 곁을 20여 년간 지켜온 사람이 있다. 바로 ‘소망하숙’의 이태숙(68)씨.
창천동 하숙촌에서 가장 오래된 하숙집을 물으면 일제히 가리키는 곳이 바로 소망하숙이다. 이 곳 주인 이태숙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생계유지를 위해 1987년 하숙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당시 어렸던 자식들이 지금은 어엿한 부모가 됐다. 그동안 그를 거쳐간 학생들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다. 한 학생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하숙집이 그리워 잊지 않고 가끔 찾아온단다. 그는 “옛날 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인사차 다시 찾아오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어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예전에 살던 학생들은 참 다정다감했어”라며 기억을 더듬는다. 과거에는 새로운 하숙생이 들어오면 모두 식탁에 모여 앉아 소개를 하고 다과를 즐기는 ‘입방식’을 했다. 그는 이렇게 친분을 쌓는 모습은 신학기마다 볼 수 있는 흐뭇한 풍경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떠나는 학생이 있을 때는 하숙집 성원이 모두 모여 송별회를 하기도 했다고. “요즘 학생들은 내가 인사를 시켜줘도 고개만 까딱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리기 일쑤야”라며 삭막해진 하숙집 분위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들의 입맛도 변했다. 예전엔 냉장고에 깍두기·열무김치 등이 가득 차 있어야 했을 정도로 김치를 찾는 학생들이 많았다. 반면 요즘 학생들은 집보다는 밖에서 사 먹는 경우가 많아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도 알기 힘들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 학생보다 한국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 학생들이 집에서 김치에 밥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전하는 요즘 하숙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이화어학당이나 연세어학당을 다니는 외국인 하숙생이 늘어났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어학당의 3개월이나 6개월 코스 일정에 맞춰 하숙을 하기 때문에 일찍 떠나곤 한단다. 그는 “외국 학생이건 한국 학생이건 정들었던 하숙생이 떠날 때는 허전하다”고 말했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68세라고 답하는 그의 얼굴은 요즘 말마따나 ‘동안’이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젊고 생기 넘치는 학생들과 웃고 지내서 그런 것 같아”라며 수줍게 대답한다. 20년 간 한결같이 하숙생들의 친구가 되어준 이태숙씨. 이제는 하숙집 운영이 소일거리라는 그의 말에서 20년 경력 ‘하숙집 아줌마’의 노련함이 물씬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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