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 가득한 하숙집 밥상

호박전, 참치샐러드, 계란장조림부터 구절판까지 한상 가득 차려진 밥상. 반찬만 13가지인 이 밥상은 생일상도 아니고, 잔칫상도 아닌 한 하숙집의 ‘평범한 저녁 상차림’일 뿐이다.
오후5시30분이 되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이고, 어느새 5명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한다. 화려한 밥상에 놀라기는커녕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 수저를 든다. 이곳 하숙생인 백목련(영교·2)씨는 “저희 하숙집은 밑반찬 수만 열 가지가 넘어요. 그것도 매일같이요”라고 말한다.
본교 후문 근처에 위치한 이 하숙집은 매 식사마다 준비되는 ‘십여 가지 반찬’과 ‘맛있는 음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주 요리와 국은 매일 바뀌고, 밑반찬도 주기적으로 바뀐다. 다들 ‘맛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곳은 15년 넘게 빈방이 없었을 정도다. 심지어 몇 년 전 하숙했던 일본인 학생은 이곳의 맛을 못 잊어 고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자주 찾아올 정도라고.
주인이자 직접 요리를 하는 마기순(62)씨는 “내 딸들 먹이는 건데 소홀히 하면 안 되지”라며 “우리 집에서 하숙하는 여학생들 모두 내 딸내미에요”라고 말한다. 그는 딸 같은 하숙생들을 위해 복날엔 삼계탕을 끓이고, 여름엔 옥상에서 숯불갈비 파티도 연다. 하숙생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그에게 말하면 당장 그날 저녁상에 올라온다.
하숙생들이 꼽는 그만의 맛있는 요리는 볶음밥·닭볶음탕·전골 등 셀 수 없이 많다. 한참 나열한 끝에 내린 결론은 ‘모두 맛있다’는 것. 마기순씨에게 음식 맛의 비법을 묻자 “비법은 무슨, 인스턴트 안 쓰고 다 직접 만드니 맛있지”라고 말한다. 예전에 절 음식을 만들던 경험이 반영된 덕택에 음식들이 모두 담백한 것 또한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쑥스러워하는 당사자보다 학생들이 더 음식 자랑하기에 바쁘다. 하숙생인 연세대 권창미(경제·4)씨는 “우리 아주머니는 맛 연구까지 하세요”라며 “쌀뜨물에 담갔다 구운 생선은 비린내도 안 나고, 돈가스도 우유에 담갔다 튀기니까 더 고소해요”라고 귀띔해준다.
항상 딸들을 생각하며 만드는 요리이기에 준비시간만해도 평균 2시간이 넘는다는 마기순씨.
“가끔 주변 하숙집 주인들이 나보고 반찬 수 좀 줄이라고, 손 많이 가는 요리 자주 해주지 말라고 하지만 내가 좋아 그러는 걸 어쩌겠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하숙생들을 향한 정과 요리에 대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