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교방문 현장을 가다

수험생에게 대학은 막연히 ‘가야하는 곳’에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캠퍼스의 따스한 햇살을 기대케 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모교방문단’이다.

#1. 모교방문단 생생체험

‘모교방문단’은 입학처가 고등학교(고교)에 파견하는 홍보대사다. 이들의 임무는 출신고교에서 자신이 체험한 ‘이화’를 후배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것. 올해는 전국 266개교 536명의 이화인이 활동 중이다. 기자는 19일(금) 서울의 중앙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중대부고) 모교방문 현장을 찾았다.

막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분주히 설명회장에 들어온다. 시작시간에서 10분이 지났지만 학생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꿈 많은 19살 여고생들의 눈빛은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가득 찼다. “선배님, 여대 재밌나요” 시작도 하기 전에 질문들이 터져나온다.

“후배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03학번 김해현입니다” 거창한 소개도 아니지만 학생들의 탄성이 교실을 메운다. “미팅 많이 하셨어요?” 학생들의 시선이 대답을 맡은 김민정(영교·1)씨에게 집중된다. 그는 “지금까지 13번 한 친구도 있을 정도로 이대생은 인기가 좋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것은 공부 방법이다. 김해현(생명·4)씨는 “공부는 성의있고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갓 입학한 민정씨 눈에 이화는 “지성과 미모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었다. 반면 4년을 보낸 해현씨는 “열정과 노력을 정직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홍보동영상을 보고 여대는 재미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버렸어요”라는 수험생 김하얀씨. 이화를 졸업한 쟁쟁한 선배들의 축전이 나올 때면 모두들 ‘우와’를 연발했다.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설명회 자리는 땀이 날 정도의 열기로 가득찼다.
모든 순서가 끝났다. 학생들은 못내 아쉽다. 아직도 궁금한 점이 많은 여고생들은 선배들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구체적인 입시전형보다 선배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감화된다.

수험생 안지윤씨는 평소 친구들에게 이화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한다. 그 때마다 친구들은 결혼을 잘하려고 하느냐고 말했고, 그는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이화는 신부감이 아닌 훌륭한 여성을 키우는 경쟁력 있는 대학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돌아오는 길, 그로부터 짧은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배님 내년에 꼭 합격해서 오리지날 튀김 쏠게요!”

#2. 모교방문단의 효과

김영심 입학처 상담실장은 “모교방문단은 수험생들이 궁금해하는 학교생활을 소개해 입학자료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 준다”고 설명했다. 또 그들이 낸 보고서는 대학입시생들의 이화에 대한 생생한 생각을 전달해 효과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다고.

실제 ‘모교방문단’을 통해 ‘이화’로의 진학을 결심한 학생이 있다. 박다솜(식영·2)씨는 2년 전 고교시절 모교방문단으로 온 선배의 말을 듣고 이화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여고생일 때 바라본 이화는 명품족·출신지역 차별 등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그러나 진짜 이대생들이 전달하는 이화의 분위기는 달랐다”고 전했다. 본교에 진학한 그는 지난해 ‘모교방문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준 셈이다.

중대부고 문종욱 진학지도부 교사는 이런 자리가 입시 대책을 마련하고 선배들의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대는 여학교라 인기가 없었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공학에서보다 여성의 위상이 높고 사회진출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모교방문단’은 설명을 듣는 수험생 뿐 아니라 파견된 이화인의 마음도 바꾼다. 윤서현(언홍영·1)씨는 “후배들이 이화에 큰 관심을 보이니 더불어 이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며 새내기라면 꼭 한번 해볼만한 활동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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