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리포트 표절 ··· 교수들도 다양한 방안 마련

이은진(인문대·3, 가명)씨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과제와 씨름 중이다. 최종 과제 제출일까지는 앞으로 이틀. 아직 기말시험과 리포트 5개가 남았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던 이씨는 자신의 과제와 주제가 같은 리포트를 발견한다. 이씨는 급한 마음에 리포트를 다운 받은 후, 앞서 찾은 자료와 리포트를 짜집기해 제출했다.

교과목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리포트를 베끼는 학생도 있다. 비 기독교인인 정해경(경영대·2, 가명)씨에게 필수교양 수업인 ‘기독교와 세계’를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정씨는 “점차 수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리포트가 어렵고 귀찮게 느껴졌다”며 인터넷 자료를 부분적으로 베껴서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려운 전공의 경우 같은 수업을 들었던 선배의 리포트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학생들의 리포트 표절에 교수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택 교수(행정학 전공)는 “과거에도 리포트를 베끼는 학생이 더러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인터넷 발달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주로 책에서 자료를 찾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현주(사생·4)씨는 “과제를 할 때 인터넷 리포트 사이트나 블로그·카페 등에 올려진 자료를 참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피캠퍼스·레포트월드 등 각종 리포트 관련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리포트 사이트 해피캠퍼스의 경우 가입자 240만명 중 90%가 20대이며, 이용자 대부분이 대학생이다. 강유정(기독·4)씨는 “학생들이 인터넷의 편리성 때문에 타인의 자료를 사용하는 것을 쉽게 여기는 듯하다”고 전했다.

조택 교수는 또 학생들의 학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포트를 베껴오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우상연(중문·3)씨는 “학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표현이 잘 된 부분이나 정리가 잘 된 자료를 베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리포트 표절 원인 중 하나다. 홍보미(중문·4)씨는 “고등학교 과제는 간단한 내용 조사인 것에 비해 대학 리포트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김훈순 교수(언론홍보영상학 전공)는 실제로 1학년의 경우 글쓰기에 부담을 느껴 리포트의 상당 부분을 베껴오는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혜란 교수(국문학 전공)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 교육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다”며 글쓰기 교육이 미비함을 지적했다.

이처럼 표절 사례는 늘어나고 있지만 그 수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부족하다. 때문에 교수들은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김은미 교수(국제학 전공)는 과제를 낼 때 현재 이슈화되는 문제를 주로 다룬다. 김 교수는 “참고할 수 있는 기존 연구자료가 부족하고 대부분 직접 탐구·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표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혜란 교수의 경우 해피캠퍼스 등 리포트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이 낸 과제와 유사한 리포트 내용을 미리 찾아본다. 조 교수는 앞 뒤 문맥이 맞지 않는 등 리포트에서 의심스런 부분이 발견될 경우,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그 부분을 넣고 검색하기도 한다. 그는 “과제를 할 때 단지 제출에 목적을 둬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지적 부가가치로 만들 수 있도록 스스로의 생각과 언어로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고 말했다.

리포트 표절 여부 판단이 가능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교수도 있다. 김훈순 교수는 “책이나 웹문
서 검색만으로는 정확한 표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점수의 공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조택 교수는 “리포트 표절에 관한 것 은 학생 본인의 능력발전에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도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전했다.

한편 고려대의 경우 2005년 6월 ‘리포트표절검색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리포트 자료의 출처 ▷표절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몇 %가 표절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교수들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2월 교수회의를 통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교수들에게 사용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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