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나는 오늘도 밤을 새야 하는건지 고민한다.

  못할 걸 알면서도 매번 똑같은 고민을 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잠들어 다음날 아침 눈을 뜬다. 낮엔 취재를 하고 밤엔 과제와 다음 날 취재 준비까지.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괜한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내 머리는 다시 취재모드로 바쁘게 돌아가고 발은 취재현장을 향해 냅다 뛰고 있다. 이렇게 나는 7번의 제작에 참여해 왔다. 가끔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자신을 다독여가며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중간시험이 끝난 뒤, 다시 시작된 학보사일과 갑작스런 향수병에(기자의 고향은 경남 김해다) 일이 조금 힘들게 느껴졌다. 꿈을 꾸지 않던 내가 무서운 꿈을 꾸기도 하고 1시간마다 눈을 뜨기도 하는 등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월요일, 학보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다 정문에서 음대 학생들의 검은 행렬을 보게 됐다. 모두가 영정식처럼 검은 옷에 장송곡을 부르며 구조개혁 반대 시위행렬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함께 있던 부장님께서 우선 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셨고 나는 그길로 밥집이 아닌 학보사로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서둘러 음대 쪽으로 가보니 다행히 행렬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다시 학보사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땀이 흐르고 밥이 저만치 날아갔는데도 기분은 좋은 것이었다.

  가슴에 손을 대보니 심장이 뛰고 있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희열일까. 그 사람들과 함께 행렬을 같이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동안 나는 힘들지만 학보사 일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날 느꼈던 그 두근거림, 희열을 잊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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