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의 증거」역자 김수연씨 인터뷰

“니체·괴테 같은 위대한 독일 작가들이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녹여낸 순도 100% 연애편지가 궁금하지 않나요?” 독일 작가들의 연애편지 모음집 「연애의 증거」(이화여대출판부, 2004) 의 역자 김수연씨의 말이다. 그는 본교 ‘기본 독일어’강의를 맡고 있기도 하다. 「연애의 증거」는 18세기 클롭슈토크부터 20세기 카프카까지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문학적 체취 뿐 아니라 그들의 생생한 삶과 진솔한 사랑 이야기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출판 작업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김수연씨. 이제 그의 사랑과 연애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김수연씨는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고르고 번역하면서 사랑에 빠져 한껏 고조된 그들의 감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며 한동안 몽롱한 상태로 보냈다고 한다. 그는 “편지를 보면서 연애의 행복과 고통이 나만의 일은 아니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스스로의 연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독일 작가들 못지않게 김수연씨에게도 애틋한 연애담이 있다. 자신의 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현재 남편과의 연애와 결혼이 그것. 대학원 재학 시절 남편과의 연애를 시작했지만 양가 부모님들께서 탐탁지않게 여기셔서 몰래 만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루는 데이트를 하다 자정을 넘겼는데 벨을 누를 수가 없어 배수관을 타고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떨어져 손과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그는 “다음 날 절뚝거리는 다리와 붕대를 칭칭 감은 팔로 또다시 남편을 만나러 갔지요. 그 때는 참 피가 뜨거웠었던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그는 사랑·연애와 관련된 인상 깊은 작품을 묻는 질문에 예상 외로 독일 문학 작품이 아닌 영화 ‘화양연화’를 꼽았다. 그에게 있어 화양연화는 ‘잠시 머물렀다 빗겨간 인연과 그 추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작품이다. “끝난 사랑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랑은 언제나 과거 시제인 것 같아요”라는 그의 말. 현재하고 있는 사랑도 어제와 오늘의 마음이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씨는 “연애나 사랑의 경험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들 하지만, 글쎄요”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언제나 좋기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화인들은 행복한 사랑만을 하며 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랫동안 지키고 싶은 사랑이라면 너무 자기감정에 치우쳐서는 안될 것 같아요. 그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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