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정문은 예나 지금이나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학생들로 붐빈다. 요즘은 학생들이 그곳을 ‘바보 스테이지’라고 한다면 예전엔 그곳을 ‘다림터’혹은 ‘온달 스테이지’라고 불렀다. 그곳의 남학생들은 ‘평강공주를 기다리는 온달’이라 불렸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도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은 언제나 반가운 화젯거리. 그렇다면 선배들의 기억 속에 대학시절 연애와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김혜자(영문·61년졸)씨가 대학생이던 50년대엔 연애가 그리 활발한 것은 아니었다.“우리 땐 남학생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스터디모임이나 종교활동 하는 곳이 전부였지”라고 회상했다. 타학교 학생들과 미국대사관에 모여서 했던 영어공부가 남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던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였다고 한다.


60년대 학령전(현 유아교육)전공 학생들은 매 학년이 끝나는 12월이 되면 종강파티·연말파티를 열곤 했다. 김영주(교육·71년졸)씨가 말하는 당시의 에피소드. “파트너가 있어야만 참석이 가능했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없는 학생들은 이성친구를 급조하느라 난리였어요” 또 남자친구와 서로 학보를 교환하는 것도 그 당시 유행이었다고. “자기 앞으로 학보가 오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죠. 얼마나 더 많이 받느냐가 은근한 경쟁이 됐었어요”


80년대에도 여전히 문턱이 높았던 이대 정문은 주말에만 여학생과 함께일 경우에 한해 남학생도 출입이 가능했다. 원숙연 교수(행정학 전공·86년졸)는 “주말에 함께 학교에 놀러오는 것이 남자친구가 즐거워하는 데이트 코스 중 하나였죠”라고 전했다. 종로에 있던 음악다방도 남자친구와의 약속장소로 애용하던 곳. 어느날 다방에 들어서는데 다방DJ갖00씨가 원숙연씨에게 보내는 곡입니다’라며 음악을 들려줬는데, ‘for my lady’란 제목의 팝송이 흐르던 그 순간은 지금도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비록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선배들의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 청춘의 관심사, 연애에 대한 달콤한 추억들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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