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연애할 날이 올까’ 학관 1층 화장실에 적혀 있는 낙서다. 이 뿐 아니라 ‘어디 괜찮은 늑대 없소?’, ‘4년 동안 남자친구를 못 사귀면 어쩌나’ 등의 낙서는 학교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낙서의 주인공들처럼 연애 대상이 없어서, 혹은 연애 대상이 있어도 외로운 이화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봤다.


▶ 나는 왜 솔로인가
여중·여고를 졸업하고 여대에 진학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안타깝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본교에서도 이런 반응을 한 번쯤 겪어 본 이화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노민지(과교·1)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항상 여자들하고만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며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서 남자들과 어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솔로인 이유로 ‘여대라는 특수한 환경’을 꼽는다. 여대의 많은 학생들은 교내에서 남자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미팅·소개팅을 택하곤 한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쉽지는 않다. 신혜연(인문·1)씨는 “미팅을 한다고 꼭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미팅에 나올 때 상대방과 나의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학생들은 미팅을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은 미팅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팅·소개팅 등을 해봤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어 걱정하는 이화인들이 많다. 이러다가 졸업 때까지 내내 솔로가 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우연히 남자친구를 만난 사람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 예로 학원에서 남자친구를 만났다는 이지연(정외·2)씨는 “활동 범위를 교외로 넓히니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며 인연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솔로 아닌 솔로
분명 솔로가 아님에도 군복무·유학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연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이화인들도 있다. 가뭄에 콩나는 듯한 만남에 목이 마르고, 하루 한 번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이들의 연애기. 하지만 이들은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사랑을 지켜나가고 있다. 작년 8월 경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다는 김지원(컴퓨터·4)씨는 “남자친구가 입대하기 전 130일가량을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 둘만의 추억을 쌓았다”며 처음에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때의 추억이 있어 견딜 만 하다고 말했다. 또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와 진심이 담긴 편지를 자주 주고 받기 때문에 예전처럼 돈독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유학 중인 이재설(사과·1 휴학)씨의 남자친구는 현재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그는 남자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전화통화나 이메일·블로그 뿐이라며 “만나기 힘들더라도 둘 사이의 믿음이 있다면 떨어져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장거리 커플들이 연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은 ‘믿음’이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또 한 명의 고무신 ㄱ(사과·4)씨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며 “하지만 연애하고 있는 지금은 정말 행복해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달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온통 핑크빛이라는 말이 있다. 남자친구와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해도 이들의 세상 역시 핑크빛이라고.


▶ 이화인이 꿈꾸는 연애
‘계절의 여왕’ 5월. 많은 솔로들은 날씨가 따뜻해지고 꽃이 피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져 저마다 아름다운 연애를 꿈꾼다. 이연주(수학·2)씨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과제나 시험 공부를 하기가 싫을 정도로 봄을 타는 것 같다”며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반면 연애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김경원(언론정보·2)씨는 “솔로들이 연애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진정한 사랑을 원하기 때문인지 남자친구가 없는 것이 창피하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며 ‘솔로탈출’을 원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화인들이 갖고 있는 연애관은 무엇이고 어떤 연애를 하고 싶어할까. 강윤미(경영·1)씨는 연애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특별한 과정인 것 같다며 “그 사람 대신 죽어도 전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정적인 사랑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국내 연애컨설턴트 1호 송창민씨는 젊음은 무한한 것이 아니며 대학시절의 연애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애는 내일로 미루는 숙제가 아니다”며 지금 연애를 만끽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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