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내기 06학번의 메일을 한 통 받았다. 학보사 기자를 하고 싶은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이라며, 실제 기자 생활은 어떤지 묻는 내용이었다.

학보사 기자가 되고 싶다니! 막연한 동질감이 생긴 나는 그 친구의 얼굴이 빨리 보고 싶었다. 작년 이맘때 학보사 편집실을 기웃거리던 내 모습도 생각났다. 메일을 주고받은 후 나는 그를 직접 만나 학보사와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해주지 못한 것 같아 계속 아쉬움이 남았다. 그 친구가 원했던 것은 ‘학보사 기자를 하고나면 과연 나에게 무엇이 남는가?’에 대한 답이었을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를 빌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1년 남짓한 기자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은 바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학보사를 통한 두 가지 만남은 퇴임을 하고, 졸업을 하고, 아줌마가 되어도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 학보사 성원들과의 만남

말 그대로 ‘동고동락’을 함께한 그들과는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기분을 알 정도다. 그들은 지치고 힘들어도 새로 시작할 힘을 준다. 취재에 대한 이야기, 소소한 일상사 등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어디서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대학에 와서 는 진실한 친구를 얻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는 이곳, 학보사에서 앞으로 평생 나를 응원해줄 천군만마를 얻었다.

# 취재원들과의 만남

학술부의 특성상 나는 교수님 인터뷰를 매 주 빠지지 않고 해왔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인터뷰했던 교수님들 모두 ‘교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성과 인격을 겸비하신 분들이었다. 지면에는 항상 교수님의 연구 성과, 앞으로 계획 등 딱딱한 내용만 나갔는데,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 분들은 취재 외에도 개인적으로 겪으신 갖가지 일화, 살면서 느낀 점 등을 덧붙이곤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지난주 만났던 분자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님은 비뚤어진 한국 언론에 대해 개탄 하시는 바람에 ‘진정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갗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조언을 듣는 경우가 많다. 교수님은 ‘기자 생활이 힘들지 않냐’며 힘내라는 응원도 잊지 않으셨다. 따뜻한 말씀에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더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취재원들에게 들은 조언, 경험담은 앞으로 나의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이처럼 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만남들이 있기에 힘들어도, 성적이 떨어져도 나는 오늘도 생활관 지하1층 학보사를 지킨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