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성들이 당사자에요. 비록 병역의 의무로써 군에 가는 것은 남자들이지만, 그 남성들은 여성들의 가장 사랑하는 남편이고 연인이고 아들이거든요』라고 여성들이 일어서서 뭉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부회장 이미경씨는 밝힌다.

과거 월남전 당시에도 「파병은 결코 않겠다」던 것이 전쟁이 길어지니까 일반군인이 파병되었던 것을 이 땅의 어머니들은 기억한다.

또 이번 걸프전에서도 처음에는 군의료단만을 파견한다고 정부는 발표했었다.

그런데 다시 군수송단까지 파견한다는 정부의 태도에 어머니들의 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이 증가됨에 따라 여연, 참교육 학부모회, 기독교 여성평화연구원 등 여성운동단체들의 어머니들은 「걸프전쟁과 한국군 파병을 반대하는 어미니모임」(이하 어머니모임)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에 어머니모임을 준비하는 여연부회장 이미경씨를 만나본다.

『걸프전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요? UN을 위시한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인가요?』라고 반문하는 이씨는 『이 전쟁은 미국과 이라크가 석유라는 잇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기적인 전쟁에 지나지 않아요』라고 걸프전은 어떤 모습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우기 걸프전은 미국의 고위관리들도 인정하듯이 자국의 석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것이며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한 국제평화분위기속에 군수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전쟁에 그것도 미국편에 서서 미국을 위해 피를 흘릴 수는 없다고 어머니들은 마음을 다부지게 먹는다.

어머니모임은 발족과 더불어 그 첫 움직임으로 「걸프전과 한국군 파병문제에 대한 초청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초청대상자인 미국과 이라크의 주한대사와 이종구 국방장관의 만장일치 거부로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그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토론 참가를 거부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논리에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이씨는 『우리의 아들을 파병하게 될 경우 그 어머니인 우리에게 허락을 받지 않는 것은 인륜에 어긋나는 행위이며 우리 어머니들은 결코 의롭지 못한 전쟁파병에 반대할 것입니다』라고 밝힌다.

어머니모임은 비록 초청토론회가 무산되었으마, 어머니들간의 토론을 거치고, 파병반대를 위한 홍보물제작·서명운동 등을 활발히 벌일 예정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모여 사랑하는 남편·아들을 지키자는 이씨는 『미래의 남편·연인을 군대에 둔 여대생들도 우리 어머니모임과 함께 파병반대운동에 앞서자』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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