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점심시간 한바탕 전쟁을 치르다

의대생들의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10분까지. 12시가 되면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점심을 먹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12시15분 경, 동작이 빠른 사람들은 이미 매점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먹는 메뉴는 김밥·컵라면·샌드위치 등 본교의 다른 과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 한발 늦게 도착한 학생들은 자리가 없어 음식을 사들고 강의실 앞에 있는 소파로 향한다. 탁자가 없어 소파 위에 올려놓은 컵라면이 위태로워 보였다. 김명미(의학·3)씨는 “식당까지 가기 힘들 때는 매점을 이용하는 편인데 마땅히 먹을 장소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3∼4개 뿐인 매점 테이블을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이용하기엔 역부족이다.


매점음식이 아닌 제대로 된 ‘밥’을 먹으려면 병원 건물 지하에 있는 교직원식당으로 달려가야 한다. 의사와 간호사들 틈에서 학생들도 밥을 먹는다. 정은교(의학·2)씨는 “아름뜰·이화사랑 등 맛있는 메뉴가 많은 본교와 달리 선택의 폭이 좁다”며 불평했다. 병원식당에서 사용하는 식권은 한장에 2천원, 5장을 세트로 판다. 의대생들은 점심 뿐 아니라 아침·저녁도 학교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아 일주일도 되기 전에 다섯장을 다 쓴단다. 한운섭 의과대학 학장은 “의대교수와 학생들만의 식당을 만들려했으나 의학관 건물이 ‘교육시설’로 등록돼있어 불가능했다”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의학관 B동 건물에는 긴 의자를 많이 배치하고 휴게실 등 학생 편의시설을 늘렸다고 말했다.


강의실 앞 사물함에서 다음 수업 준비를 하던 배라미(의학·2)씨는 “점심시간이 짧아서 밥먹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금세 시간이 지나요”라며 웃었다. 1시가 되어갈 즈음엔 학생들이 나란히 서서 이를 닦느라 좁은 화장실이 더욱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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