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친구·선배는 물론이거니와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에게도 언제나 먼저 손을 흔드는 이는 나였다. 지나가다 아는 사람이라도 보일라치면 쪼르르 다가가 인사를 하는 것이 내 특기였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하늘과 나무와 꽃 등 잠깐씩이라도 그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팔을 낚아채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그때서야 내가 아는 누군가가 보인다. 그 뒤는 비슷한 레퍼토리의 반복. “어...어? 오랜만이다. 반갑다 야. 우리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고개를 돌리면 또 다시 같은 상황이 여러번 반복된다. 팔을 낚아 채이고 채이고 채이고. 오늘만 벌써 네 번째다.

  언제부터 내게 그 사람들이 안 보이게 된 걸까?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이런 이야길 했다. “너는 왜 이렇게 앞만 봐? 넋이 나간 사람같아” 그 말을 듣고 나는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내 눈은 그동안 앞·옆·뒤 부지런히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속에 담아두지 못한 것이다. 정작 담아 둔 거라곤 앞 뿐. 내 눈을 스쳐지나가는 많은 풍경들을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다. 그저 내가 할 일만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 볼 여유도 없이 무작정 달려왔다. 뭐가 그리 바쁜지 반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당장 내 앞에 놓인 일만을 생각하며 그것과 관련된 것만을 보려고 했었던 것 같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보사에서의 생활이 나를 바꿔놓은 것이다.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잠시 멈춰서서 하늘을 보았다.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도 하늘은 너무나 따뜻한 모습이었다. 눈을 돌려 옆도 바라봤다. 긴 가지 위에 조그맣게 핀 개나리가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지난 학기 같은 수업을 들었던 친구가 보인다. 이제서야 그동안 내가 잊고 살아왔던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내 일만 생각하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 사람,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 슬픔, 기쁨. 나는 그동안 너무 좁은 인간이었음을 반성한다. 그리고 그 좁은 시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기사꺼리를 찾으려 했음을 고백한다. 좀 더 나아가 앞으로는 더 나은 기자와 인간이 되길 소망한다. 앞·옆·뒤는 물론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그런 넓은 기자, 김하영이 될 수 있도록, 하영아 조금 더 힘내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