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직에는 정년퇴임이 있지만 비평에는 퇴임이 없다” 김치수(불문학 전공) 교수가 27년간 몸담았던 이화교정을 17일(금) 떠났다.

그는 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곧 문학을 배우는 길이라고 생각해 대학강단에 서기 시작했다. 첫 강의를 할 때 그는 학생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수줍음을 탔다고. 하지만 1979년 이화여대에 입문할 즈음엔 경험 많은 30대 후반의 교수가 돼있었다. 그는 “어느새 수줍음은 잊고 학생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친하게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화에서 그의 애칭은 다름아닌 ‘치수 오빠’ 이러한 애칭을 얻게 된 것은 그가 다정한 오빠처럼 모두의 어려운 일을 귀담아 듣고 포용해주기 때문이란다. 그는 ‘오빠’란 별명답게 젊은 활력으로 테니스 활동을 취미로 즐기기도 하고 등산도 거르지 않는다.

비평가로서 날카로운 분석력을 지닌 그의 모습과는 달리 지인 사이에서는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는 낭만파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배용 인문대 학장은 퇴임식에서 ‘겉은 소박하지만 속은 꽉찬 멋쟁이’라고 김 교수를 표현했다.

공식적으로 그는 지난 2월경에 퇴임해 지금은 그동안 교수생활로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좋아하는 작품을 충분히 읽을 만큼 시간의 여유가 생겨 좋다”며 그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신세대 작가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할 계획이다. “김영하·김현숙과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고 그와 관련한 글을 쓰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화를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읽고 생각을 나눴던 시간들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성공 여부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는 ‘온몸을 던져라’는 말을 당부했다.

비록 그는 이화를 떠나지만 마음만은 아직 이화에 머물러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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