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검은색 티셔츠. 그러나 그 위에 수놓인 실크와 펠트(양털이나 짐승 털을 응축시킨 두꺼운 천. 모자나 코트 등의 소재)를 이용한 장식이 티셔츠를 한껏 고급스럽게 한다. 이것이 바로 이결에서 판매 중인 강은희(섬유예술·06년졸)씨의 작품이다.


그는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알려주신 ‘천을 응축하는 방식’에 무늬가 있는 실크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한 것이 제 작품의 포인트예요”라고 설명했다. 직접 개발한 방식으로 꽃 모양의 코사지를 만들거나, 티셔츠에 여러가지 프린트를 수놓아 제품을 만들었다. 그 느낌이 고급스럽고 세련돼 교수님도 인정하는 이결의 인기아이템이 됐다.


그의 옷은 천을 응축하는 것부터 디자인·박음질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티셔츠 하나라도 완성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한창 제품을 만들던 졸업작품전 즈음엔 그의 방과 창고가 온갖 종류의 천들로 뒤덮여 있었단다.


교수를 제외한 이결의 디자이너들은 모두 디자인대학원 졸업생이다. 그러나 그는 이결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몇 안되는 학부생 중 한명이었다. 수업시간엶학부생이 제작한 작품이라도 좋을 경우 이결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교수의 말을 듣고 더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고. 이결의 판매제품이 되는 것은 단지 학점을 잘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작년 4학년 1학기때부터 판매하던 아이템을 졸업한 현재까지도 제작·판매하고 있다. 본교 장연순 교수(섬유예술 전공)는 강은희씨 작품에 대해 “초기작도 바로 매장에 내놓을 수 있을만큼 완성도가 높았다”고 평했다.


강은희씨는 주로 동대문시장을 돌아다니거나 책을 보면서 색채에 관한 안목을 키운다. 그는 그런 것들도 좋은 공부라며 후배들에게도 많이 다니면서 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이결의 홍보에 대한 아이디어를 묻는 질문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입게하는 것도 큰 홍보가 되지 않을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사실 조예대 내에서도 섬예과가 아니면 이결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올 2월에 졸업, 이랜드에 입사해 한창 일을 배우는 중이다. 회사에서 실무를 더 배우고, 이결의 경험을 발판으로 몇 년 후엔 자신만의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친구가 인사동 거리를 걷다가 이결에서 판매되는 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봤다고 하더군요”라며 그 순간 벅찼던 마음을 이결에서의 가장 좋은 추억이라고 꼽는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심리를 알 수 있게 된 것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그래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재료비를 대기에도 빠듯했지만 마냥 즐거웠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이결의 매력은 세상에서 하나 뿐인 수공예품에 이화만의 섬세함을 더한 것이다. 강은희씨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한마디,“인사동 이결에서 그 매력을 꼭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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