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심리·4)


지난 가을부터 1년 동안 미국 뉴욕주립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돼 생활하고 있다. 하나의 대학교로만 이뤄진 도시를 상상할 수 있는가. 하지만 이 곳에 와보니 대부분의 미국 주립 대학들이 하나의 소도시와 비슷한 기능과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숙소를 비롯해 모든 편의시설을 학내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할 뿐 아니라, 집 자체가 먼 곳에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넓은 캠퍼스 곳곳에 있는 기숙사나 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일과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뤄진다. 강의실·도서관 등 이화에도 당연히 갖추고 있는 시설과 더불어 많은 종류의 음식점과 카페, 심지어 미용실까지 교내에 위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이 잦아 동네 주민들도 캠퍼스를 즐겨 찾는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학교 안 분위기는 집같이 편안하다. 학생들의 가장 흔한 옷차림은 청바지 또는 운동복 바지에 학교 로고가 새겨진 후드티를 입는 것이고, 책가방도 없이 손에 책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화 캠퍼스에서 즐겨 쓰던 손잡이가 달린 파일케이스가 생각난다. 책과 펜을 넣고 다니기 편리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대학의 커리큘럼도 한국과 차이가 있는데, 강의마다 매주 과제가 하나씩 한 학기 내내 있고 시험도 3~6번씩 치른다. 때문에 항상 과제와 시험에 치여 캠퍼스의 여유를 즐길 수 없을 때도 있다. 시험에 대한 평가방식도 우리와는 다르다. 전체 시험 결과 중에 몇 번만 성적에 반영하거나, 프로젝트를 통해 보너스 점수를 주기도 한다. 시험 성적이 썩 좋지 않아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주는 것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한국에서는 대부분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2번의 시험과 평균 1~2개의 과제가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크게 놀라며 “시험 때 많이 아파도 무조건 가서 봐야 하는 거야?”, “다른 일 때문에 공부를 못해서 그 시험 망치면 큰일 나는 거네?” 라고 묻는 것이었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미국의 교육문화는 열린 사고와 융통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새로운 문화와 낯선 학업 방식에 서툰 외국 학생들도 더 편하게 공부하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도 그러한 문화에서 기인한 것 같다. 미국의 어딜 가도 그렇겠지만, 뉴욕주립대학교는 유독 유학생들이 많다. 그만큼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여가생활을 보내기도 한다. 코리아타운, 리틀이태리, 차이나타운에 놀러가서 이곳에 모여 사는 여러 민족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도 가져보았다.
3개월 후면 이곳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이미 익숙했던 것들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알고, 또 나를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귀국하기 전 더 많은 곳에 가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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