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PP(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 첫 장학생들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23일(수). 자국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이국적 외모의 여학생 24명이 국제관 703호에 들어서자 언론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아프가니스탄·모잠비크·파라과이·태국 등 14개국에서 온 이 ‘06학번 신입생’들은 예상치 못한 언론의 취재 열기에 어색해 하면서도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고조돼 있었다.

창립 120주년을 맞아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EGPP는 개도국 및 제 3세계 여성을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해 학부 또는 대학원에서 교육하는 글로벌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다. 약 5:1의 경쟁률을 뚫고 EGPP의 ‘원년 멤버’가 된 이들은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제각기 품고 있는 포부와 꿈도 가지각색이었다.

제 또래보다도 유난히 작은 키에 앳된 외모로 시선을 끈 모잠비크의 우투이 나디아(건축·1)양은 손목이 안쪽으로 굽은 선천성 장애를 지녔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부진 그는 “건축가가 돼 오랜 내전으로 곳곳이 파괴된 고국을 재건하겠다”고 당차게 대답했다. 88년생인 이 모잠비크 소녀는 EGPP 최연소 장학생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화제를 모았던 라솔리 자하라(사과·1)씨는 “아프간 여성부에서 통역으로 일하면서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력 사건을 수없이 접했다”며 “졸업 후 고국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의 위력은 이들 EGPP 학생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었다.

베트남의 명문 하노이대에서 물리학 석사를 마치고 온 응우엔 티민힌(물리 전공 박사과정)씨는 ‘안녕하세요’란 글씨가 새겨진 알록달록한 목도리를 하고 왔다. 한국 영화·드라마를 즐겨봤다는 그는 “이 목도리는 한국이 아닌 베트남 현지에서 구입한 것”이라며 수줍게 손사래쳤다. 태국 전통의상 파씬을 곱게 차려입은 와자삿 타차폰(언홍영·1)양도 “저녁 때마다 대장금을 꼬박 꼬박 챙겨 봤다”며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지원한 것도 발전된 한국 방송을 공부하고 싶어서 였다”고 말했다.

◆ 앞으로의 학교 생활은 어떻게
학부 신입생들은 앞으로 1년간 일반 이화인이 수강하는 정식 교과목 대신 언어교육원의 교양 한국어 수업만을 듣게 된다. 입학식에 앞서 실시된 한국어 레벨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나다’부터 시작해야 하는 레벨 1 판정을 받았다.

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본교의 한국어 과정은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 지원사업 공모전에도 선발된 바 있다. 국제교육원 관계자는 “한국어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경우 전공수업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박사과정은 해당 전공 주임교수의 지도에 따라 한국어 수업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석·박사 과정 3명을 제외하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 이들은 일반 이화인과 마찬가지로 ‘학생관’에 입사한다. 적응을 위해 첫 학기는 EGPP 학생들끼리 방을 쓰게 된다. 기숙사비는 전액 무료이나 밖에서 생활할 경우에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밖에도 이화인으로 구성된 EGPP 멘토 12명이 한 학기 동안 학부 신입생들의 학습 지도를 돕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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