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 김희경(법학·04년졸) 선배

‘방송경영’이라는 직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방송사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운영, 그것이 바로 방송경영이다. 방송사도 하나의 회사이기에, 많은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해야 한다. 즉 시설 관리·회사 소유의 부동산 관리·법무·감사와 방송제작 지원 등이 방송경영의 주 업무다. 이러한 방송경영 분야에 자신의 전공을 적절히 살려 직업을 찾은 이화의 선배가 있다. 바로 김희경(법학·04년졸)씨다.

▲ [사진:주은진 기자]
그에게도 방송경영직은 매우 생소한 직종이었다. 방송경영직이 법정계열과 상경계열로 나눠져 있다는 소식에 전공을 제대로 살릴 수 있겠다 싶어 방송경영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법정계열은 주로 방송법·저작권·법무관리 등을 하고, 상경계열은 시설·부동산 관리·재원 관리 등을 한다. 그러나 방송경영직에 선발되면 일정한 기간을 돌아가면서 모든 업무분야를 다룬다.

방송경영직은 보통 어학점수·학점 등을 보는 1차 서류전형과 각 전공에 관련된 지식을 평가하는 객관식 시험과 논술로 구성된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전형을 거쳐 1년에 10명 정도를 선발한다. MBC·SBS의 경우, 법정계열과 상경계열을 한꺼번에 뽑기 때문에 필기시험에서 법학과 경영학 관련 지식을 모두 물어본다.

반면, 한국방송공사(KBS)는 이를 나눠 선발하기에 법학 전공자나 경영학 전공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KBS는 1차 서류전형 시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을 요구한다. 그는 홈페이지(www.klt.or.kr)를 이용해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했다. 그의 성적은 응시자들의 평균성적인 500점대.

영어는 고시를 준비하면서 틈틈이 독학으로 텝스(TEPS)와 토익(Toeic)을 준비했다. 그의 토익성적은 800점 후반대. 학점은 1,2학년 때 열심히 공부해 관리했고, 3,4학년 때 고시를 준비하면서 조금 소홀해졌지만 마지막 학기에 학점관리를 철저히 했다. 그의 학점은 3점대 후반. 그러나 그는 “서류전형의 경우, 기준만 넘으면 된다” 며 “2차와 3차 전형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객관식 시험은 법대를 다니며, 그동안 준비해왔던 사법고시가 많은 도움이 됐다. KBS의 경우, 방송경영직 법정계열은 객관식 시험에 헌법·민법·형법 등이 골고루 출제된다. MBC의 경우, 법학보다 경영학 문제가 더 많이 출제돼 그는 고배를 마셨다. 논술은 사회 이슈와 관련해 1~3문제가 출제된다. 그는 중앙도서관에서 각 신문의 사설을 읽으며 논술을 준비했다.

특히 논조가 중립적이라는 경향신문의 사설을 애용했다. 지난해의 경우, 공영방송의 광고를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게재해도 되냐는 문제와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 물어봤다. 작문은 ‘장남’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서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희경씨는 신문에서 본 ‘장남’에 대한 책의 줄거리로 글을 시작했다.

면접은 2차례에 걸쳐 진행됐는데, 첫 번째 면접에서는 전공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김희경씨에게는 사형제도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그는 전공지식과 유영철 사건을 곁들여 대답했다. 두 번째 면접은 개인적 신상을 많이 물어보는 인성면접이었다. 그에게는 지원동기와 방송경영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그는 KBS 홈페이지에서 참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경영에 대해 대답했다. 면접이나 논술을 위해 따로 스터디는 하지 않았고, KBS·방송위원회·언론학회 홈페이지를 이용해 면접을 준비했다. 또 면접 시, 깔끔한 옷차림에 심사위원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KBS의 경우, 공사라 보수적인 심사위원들이 많기 때문에 무채색 계통의 단정한 차림새가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당당하게 KBS에 입사한 김희경씨. 그는 현재 KBS 경영본부 재원관리팀에서 방송법·수신료제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집집마다 월 2천500원의 수신료를 납부하는데, 이는 광고를 줄이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데 쓰인다. 선진국 공영방송인 BBC나 NHK에서도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구당 1년에 20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이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희경씨는 이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KBS 방송경영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아직 많지 않다. 2005년 입사동기 중 법정계열의 4명 중 여성은 김희경씨 혼자며, 상경계열은 8명 중 2명이 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방송경영직은 여성에게 좋은 직업이다. 김희경씨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입사 6년차부터 대학원·해외 연수 등 자기 계발의 기회가 주어진다.

자신의 전공인 법학을 살려 방송분야에 막 발을 들여 놓은 사회 초년생 김희경씨. KBS 경영본부 재원관리팀 김희경씨에게 그의 일이 어울리는 이유는 그가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나만의 길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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