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26년간 재직한 김치수 교수(불어불문학 전공) 인터뷰

1980년 이화의 아름다운 교정을 기억하는 우리 학교 김치수 교수. 그는 26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이화에서 보냈다. 2005년에도 우리와 함께하는 그에게서 ‘이화’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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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유영 기자]
부임할 당시 이화의 사회적 이미지는
처음 이화에 발을 디뎠을 때, 우리 학교는 국내 손꼽히는 대학으로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변인들은 내가 이화의 교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남학생들은 평생 제자로 남지만 여학생들은 졸업하면 그만이라는 이유였다. 일부 사람들은 이대생을 좋은 며느리감·가정주부로만 생각했다.


­이화인들의 학문적 수준을 평가한다면
80년대는 남녀차별이 심할 때였다. 이 때문인지 여대인 이화에서는 학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타대생을 능가하는 놀라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갖고 있었다. 논문심사나 특강을 하러 오는 교수들도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르다’고 말한다. 소위 일류대학의 교수들도 우리 학교 학생들의 우수한 논문 수준에 놀란다.


­이화에 대한 외부의 이미지와 그 실체
이대생을‘사치스럽다’ 혹은 ‘외모만 신경쓴다’고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잘못됐다. 타대 수업이나 학회에 가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옷차림이 수수함을 느낀다. 이대생들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릴 줄 아는 것이다. 또 혹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여성스럽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어디서나 이대생은 타대 여대생들보다 당당한 모습이다.

80년대 후반, 한 학생이 불문학과 수석 졸업 후 갑자기 경영공부를 하겠다며 외국으로 떠났다. 그는 말도 통하지 않는 유럽 각지에서 MBA(경영학 석사) 시험들을 통과했다. 그 후 UN(국제연합)의 러브콜도 마다하고 현재 런던의 금융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겁없는 도전과 통념을 당당히 깨는 용기. 이것이 바로 이화인의 참모습이다.

20여 년 동안 바라본 이화의 변화상
이대생들의 근본적인 이미지는 도전·적극·창의·개성이다. 시대는 변해도 이러한 이미지는 바뀌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늘면서 학생들은 진로와 학문에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 그러나 실용학문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개성이 과거보다 부족해 아쉽다.

현재 이화의 위상이 위협받는 원인은 이화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모든 대학이 전세계 교육 개방으로 인해 경쟁체제가 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더 나은 이화를 위해 학생들은 우리의 근본정신을 잃지 말고, 공부가 삶과 유리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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