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혼인 연령 증가 … 복학생이 수업 분위기 주도

“여러분,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제 학번 보이시죠? 자, 제 밑으로만 조용히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단비(사학·05졸)씨의 넉살스러운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교실이 조용해 진다. PPT에 적혀있는 그의 학번 앞자리 수는 ‘00’. 지난 학기 ‘한국현대문학의 이해’ 수업에서 있었던 풍경이다.

◆학교 안에서 수업 길잡이 역할

 1·2년씩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캠퍼스 안에서 입학한 지 4년을 넘기는 01·00학번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이단비씨는 “외국에서 공부를 해보거나 사회경험을 하고 돌아오니 저학년때 동기들과의 과도한 경쟁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다”며 “후배들과 수업을 들으니까 모범이 돼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고, 지나친 경쟁이 아닌 화목한 분위기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조모임을 할 때, 후배들이 너무 의존만 하는 경우에는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 나은진 교수(국문학 전공)는 “한번 외국에 나갔다 오거나 사회활동을 한 학생은 왜 내가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직접 느껴봤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열의가 넘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경험이 많은 높은 학번 학생들이 수업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대졸 구직자 나이의 증가

한국관광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기업들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연령·학력제한이 사라졌다. 지상파 방송4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늦어지는 졸업과 더불어 연령제한의 폐지로 신입사원의 평균연령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자사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대졸 신입 구직자들의 연령대가 평균 27.4세(남성 28.3세, 여성 24.7세)로 조사됐다. 지난 2001년 대졸 신입구직자의 평균연령 26.8세(남성 27.5세, 여성 24.2세)에 비하면 4년 동안 평균 0.6세가 많아진 셈이다. 이러한 대졸 구직자 평균연령의 증가 역시 졸업이 늦어지는 현상에 따른 것이다. 잡링크 홍보팀장 이인희씨는 “기업 측에서 신입사원의 연령을 밝히지는 않지만 구직자들의 나이가 많아지므로 신입사원 역시 연령이 높아졌을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며 “지원서를 보면 휴학 경험이 있는 졸업생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그 기간은 6개월에서 심지어 2년까지인 경우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늦어지는 혼인연령

혼인연령 관련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4세 여성의 경우 혼인율이 2002년 33.3%에서 2004년 27.8%로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반대로 25∼29세의 경우는 2002년 74.2%에서 2004년 76.9%로 늘어났다. 30∼34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19.6%에서 24.1%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남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25∼29세는 혼인율이 63%에서 57.1%로 줄어든 반면 30∼34세는 40%에서 44.4%로 늘어났다. 이같은 결과는 결혼을 하는 나이가 점점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이주희 교수(사회학 전공)는 이처럼 혼인연령이 늦어지는 이유로 졸업이 미뤄지는 것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청년 실업으로 인해 대학생의 구직기간이 늘어나 결혼시기도 더불어 늦어진다”며 “미취업 상태이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에 고용된 경우는 정기적인 임금이 보장되지 않아, 많은 자금이 드는 결혼 준비가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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