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6호 학보에 나간 내 기사는 이화 안에서 열리는 여러 파티들을 다루는 기획 기사였다. 이전에 계획해 놓은 기획 꺼리가 무산되는 바람에 약간 급조되긴 했지만, 요즘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문화적인 코드를 잡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날 흥분시켰던 것은 취재를 하는 겸사겸사 나도 파티에 가서 놀 수 있다는 사실! 하지만 할로윈파티 취재는 슬프게도 약간의 애로 사항이 있었다. 그건 바로 파티 의상이다. 알다시피 할로윈파티에서는 독특하게 옷을 입고 분장을 해야 한다.

그런 파티에서는 튀는게 맛이니까. 마음같아서는 할로윈파티 드레스코드에 맞춰 입고 가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라. 마녀 모자를 쓰고 망또를 두른 채 “이대학보사에서 나왔는데요”라고 말을 건네는 기자의 모습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후 ‘명색이 기자잖아’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평범한 옷을 입고 파티에 갔다고
파티에 가서도 취재는 처음 내 생각처럼 즐겁지만은 않았다. 친구들과 끼리끼리 파티에 온 사람들은 술을 먹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난 차마 까만 취재 수첩을 손에 들고서 그럴 수 없었다. 신나게 노는 그들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수 밖에.

마치 내 앞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 하나가 있는 것 같았다. 같은 공간에 있으나 웬지 혼자 동떨어진 듯한 쓸쓸한 기분. 결국 취재를 마친 후 티켓으로 교환한 버드와이저 맥두 두 병을 옆구리에 끼고 터덜터덜 학보사로 돌아왔다.

더군다나 그날은 학보사 마감날인 금요일이었다. 그 다음 갔던 교복파티는 다행히 목요일 저녁에 열려서 학보사로 돌아와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취재를 얼른 마치고 나서 순수하게 놀 목적으로 같이 온 학보사 동기들과 간만에 땀 뻘뻘 흘리며 놀았다. 뭐, 그렇다고 취재를 대충 끝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어두운 조명 아래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취재원들의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소리소리 지르며 인터뷰를 주고 받느라 어찌나 고생스러웠던지. 내가 느낀 그 파티들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기사가 잘 나왔나 모르겠다. 취재 중에 즐긴 파티.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