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기자는 나이가 많을 것이다'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걸까? 무슨 말이냐고? 그렇다면, 취재 속으로 고고! (고고!)

 

나: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사 김혜인 기자입니다.

취재원(취): 네, ..? (대부분 놀랜다.)

나: 저는 이번에 체대 취재를 맡게 된 기자입니다. ESCC 공사와 관련해서 체대가 소음, 연습 공간 부족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겪고 있다고 해서 여쭤보고자 전화 드렸는데요. 어쩌고 저쩌고 궁시렁 궁시렁 양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일단 취재원에게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느 정도 조사했다는 걸 말씀 드려야 더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어.'라는 차장 언니들의 조언 한 말씀 가슴 속에 고이 새겨 두었겠다? 인터뷰 전날부터 학보 색인과 사전 취재를 마치고 자신 만만한 김혜인 기자. 내가 이만큼 알고 있노라, 당신 어서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하시죠.

 취: 아, 그러세요..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그 때 그 사건 아시죠?

이 때 정말 난감하다. 그 때 그 사건을 수습 기자가 알 리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큼한 05학번 새내기 수습기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취재원에게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을 들켜선 안된다는 생각에 덜컥 거짓말을 하게 된다. 마치 당연히 알고 있는 듯이 말이다. (취재원과 싸우는 것도 아닌데 논리가 밀린다는 생각이 들면 자존심이 상하곤 한다.)

나: 아..예? 아..하하. 그거요.

취: 네, 그 때 그 사건 때문에 저희가 비리에 연루됐었잖아요. 그런 점들이 작용해서 어쩌구 저쩌구 가타부타타타타... 아, 혹시 잘 모르시나요? 저기..혹시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결국엔 이렇게 들통이 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취재원은 수습 기자인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앞에서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사 수습기자 김혜인 입니다'라고 소개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수습기자라고 소개하면 취재원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니까.

또 취재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는 학보 색인과 사전 취재에서 예상한 답들을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입학하기도 전의 사건들을 들먹일 때다.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학보사 기자에게는 예외 인가보다. 이전의 사건을 모르는 것도 기자에게는 큰 실수이자 오류가 된다.

정반대의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오늘따라 취재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유난히 취재원이 적극적이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날엔 꼭 이 말을 듣게 된다.

나: 오늘 말씀 너무 감사 드려요. 취재 관련해서 더 의문점 있을 때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취: 네, 언니. 그렇게 하세요. 기사 잘 써주세요~

나: 예..하하하...

으악, '언니'란다. 여보세요, 저는 1학년 수습기자 거든요? 취재원 언니 왜 이러세요. 마음 속으로 백만번은 더 찔리면서도 죽어도 '저 수습이라 어려요'라고 말하지 못하는 수습 기자의 마음. 그래도 취재원 앞에서는 늘 당당하고 자존심 있는 기자이고 싶다.

때로는 4학년, 언니 기자, 1학년 수습기자, '도를 아십니까' 전도자 등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거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