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파헤치기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2005 제 9기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국제기구 초급전문가) 합격자는 모두 5명. 정부가 국제기구에 파견하는 요원으로 각종 국제기구에서 2년 동안 경험을 쌓고 정규직 진출에 도전하게 되는 이들은 모두 여성이다. 이처럼 기아. 분쟁 등 특정 사안을 다루는 전문 외교관이 되기를 원해 국제기구를 선호하는 당찬 여성들이 늘고 있다.

▲ 미국 뉴욕에 있는 UN 본부 건물
이렇듯 국제기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인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직업의 매력 때문이다.

우리 학교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도 최근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기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외무고시를 거쳐 국가 공무원으로 국제활동을 하는 것, UN(United Nations)의 JPO처럼 비정부분야에 지원해 민간외교관이 되는 것, 관련 분야 박사학위를 딴 뒤 원하는 국제기구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제기구는 학부생에게 너무 높은 문턱이다. 우리 학교 박준영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국제기구는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따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부생일 땐 국제정치․외교 관련 과목을 충실히 들을 것, 외국어 실력을 탄탄히 다질 것, 관련 정보 수집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외국어의 경우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UN 공식 언어(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 러시아어) 중 하나를 습득하고 있는 것이 좋다. 국제정치․외교에 관한 교과목은 국제학부와 정치외교학과에 개설돼 있다.

국제기구와 국제법에 관심이 많다는 민수아(국제․2)씨는 “국제학부 교과목은 대부분 국제 경제, 정치 등 국제관계의 큰 흐름을 배우는 수업”이라며 “국제기구 실무에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과목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국제기구에 가고 싶어 하는 학부생은 어떤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까.

우선 학내 동아리 중 국제기구와 관련된 동아리를 찾아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현재 우리 학교에는 연합동아리 유엔 한국 학생 협회 UNSA(United Nations Stutent Association)와 정치외교학과의 국제정치연구회 등이 있다. UNSA의 가장 큰 활동은 ‘UN모의총회’와 ‘난민사진전’이다. UNSA 부회장 강한시내(정외․2)씨는 “특히 ‘UN모의총회’의 경우 주제에 대해 각 나라별 입장을 반영해 기조연설, 비공식회의, 결의까지 최대한 UN총회와 같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국제정치연구회장 윤샘이나(정외․2)씨는 “이번 방학은 국제정치고전을 읽으며 논문을 준비했고 학기 중에는 학술제를 통해 국제정치현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국제관계의 이론적 지식과 모의총회를 통한 실제상황 등을 연습해 보는 것은 국제기구 활동에 있어 기본적 밑받침이 될 수 있다.

또 방학 등을 이용해 국제회의 자원봉사나 국제기구인턴 등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제기구들은 높은 수준의 학력, 전문성, 경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인턴과 자원봉사 활동은 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 학교 김유라(국제․2)씨의 경우 작년 9월 ‘국제검사협회(IAP) 연례총회’ 자원봉사를 비롯해 올해 3월에 열린 ‘유엔 아․태 환경과 개발 장관 회의(MCED 2005)' 자원봉사 등 관심 있는 국제회의 행사에서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14일(월)~18일(금)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국제정치와 경영에 관심이 많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회의 내용을 주의 깊게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제기구 채용은 공석이 생길 경우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보를 재빨리 수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턴과 자원봉사 공고 역시 행사가 열릴 때에만 공지되므로 행사일정을 알고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따라서 국제기구 등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안테나를 항상 세워두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최신 정보는 다음 카페인 ‘유엔과 국제기구’(http://cafe.daum.net/unitednations)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엔과 국제기구’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2001년 11월 개설된 곳으로 현재 약 2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 인턴 등의 경험을 통해 실제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운영자가 일기 형식의 체험기와 활동기를 올리면서 본격적인 정보교환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2기 운영진으로 활동 중인 우리 학교 국제대학원 김은우(개발협력전공 석사과정)씨는 “운영자가 이끌어가기보다는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경험담을 나누는 곳”이라며 “1년에 4번 정기모임을 통해 국제기구에서 활동 중인 연사들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5년 7월 기준 JPO나 기구별 공채 등을 통해 국제기구에 진출한 전체 한국인은 237명이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생각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이 분야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 국제관계에 관심 있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야심찬 이화인이라면 국제기구 진출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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