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프로그램·학생 활동을 통해 인맥 구축

이화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나. 이화에 입학한 순간부터 이화를 졸업한 후까지 이어지는 이화 네트워크를 들여다보자.

‘부사’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쳐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회과학대 학생 네 명이 있다. 눈치챘는가. 사회과학대학을 줄여부르는 ‘사과’. 그 중에서도 품질이 가장 좋다는 부사를 애칭으로 딴 것이란다. 1학년 때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그들은 3학년이 된 지금도 꾸준히 만나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인 조지영(정외·3)씨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재밌게 이름을 지으며 시작된 모임이 이제는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목적을 갖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졸업하면 우리의 관계가 더 넓은 인맥을 불러올 것이다” 인맥에 대한 ‘부사’의 생각이다. 이처럼 이화 네트워크의 처음은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친분에서부터 시작된다.

◆재학 중 인맥쌓기

 학교는 이화 안에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경력개발센터의 ‘취업멘토링’. 지난 학기부터 시작된 이 수업은 사회에 진출한 선배(멘토 교수)와 재학생 후배 사이의 ‘관계맺음’을 돕기 위해 개설됐다. 같은 분야에 관심있는 7∼10명의 학생들과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멘토가 한 조로 구성된다. 멘토는 취업이나 미래설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수업을 들었던 김민지(영문·4)씨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조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정보의 질이 더 높아진다”며 “같은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이 한 조가 되니 교류가 더 활발하다”고 말했다.

또 여성 리더를 키우기 위한 ‘리더쉽 훈련’도 인맥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경력개발센터 강진 연구원은 “이론과 실전 훈련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는 리더를 키우고자 한다”며 “특히 이 수업은 교수와 학생의 쌍방향 교육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프로그램 뿐 아니라 스스로 학회·봉사활동·동아리 등을 통해 인맥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형법학회는 1950년대 법대가 처음 생기면서 모의재판을 하던 것이 시초가 돼 이어진 단체다. 이 학회는 현재 21명의 학생들이 전공분야의 지식을 쌓으며 활동하고 있다. 회장 김미리(법학·2)씨는 “인맥은 어느정도 자기희생을 필요로 하는데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형법학회도 선배들과의 교류가 활발하지 못해 모의재판을 위한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이후 선후배 사이에 그물망이 짜여지도록 스터디나 친목도모를 통해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혜진(정외·3)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다.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활동·이화북한연구회를 비롯, 외부 행사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들의 인맥에 대해 “인맥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도움을 받으려고만 하면 오래 만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졸업 후 인맥활동

올해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이주현(영문·05졸)씨는 11일(화) ‘정보사회의 조직문화와 인간의 자아실현’수업에서 ‘프로페셔널한 대학생활’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사회에 나가서야 이화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실감했다”며 회사 내에서 학교 선배였던 상사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고 세심하게 챙겨줬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처럼 졸업 후에도 이화의 인맥은 계속 이어지고 또한 생성된다.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 이화모임은 총 9개. 이화문인회·이화동창복음선교협회·이화IT·이화법조인회·이화특허인회·이화공인회계사회·이화광고홍보인회·이화교우회·이화언론인클럽 등이다. 각 분야의 이화 출신들이 모여 지속적인 친목도모와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244명의 이화 출신 문인들이 활동하는 이화문인회는 회원들의 연령이 가장 넓게 퍼져 있는 단체다. 이들의 연중 행사는 1년에 한 번 수필집을 내는 것이다. 이화문인회 회장 서지희(문리대·59년 졸)씨는 “함께 책을 내면서 회원끼리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특히 선후배들의 연배가 1세기에 걸쳐 연결되기 때문에 책에서 여성사의 한 단면을 읽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화 출신 교직원들의 모임인 교우회는 1979년 설립돼 약 1만 명이 넘는 회원이 배출됐다. 그러나 연중 1∼2회 있는 모임이나 연수에 참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장 최길자(문리대·65년 졸)씨는 “육아·가사일을 병행하느라 퇴근 후 모임을 가질 시간을 내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강이나 연수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상당히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이화인에게 잘 알려진 이화언론인클럽은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화출신 언론인 600여명의 모임. 회장 김혜경(교공·78년 졸)씨는 “클럽 회원들이 언론사 전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는 서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야 교류가 가능하다. 김혜경씨는 “남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지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으려고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화 졸업생들을 하나로 묶는 총동창회도 매년 행사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매년 5월 동창회날 ‘올해의 이화인’을 선발하고 11월 ‘이화인의 밤’행사를 연다. 총동창회 김영주 총무(교육·72년 졸)는 “약 15만명이나 되는 동창들이 모두 교류를 하기는 힘들지만 각 과나 기별로 많은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맥은 만드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력개발센터 강진 연구원은 “인맥이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화인은 누군가 인맥을 만들어주기만을 바라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이화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