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관심사 변화 비해 매체의 변화 의식 부족이 침체 요인”
“편집권·자치권 확실한 보장과 함께 재정적 뒷받침 필요, 이화인 관심도 절실”

학내에는 교지· EBS를 비롯한 다양한 언론매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학내 언론매체는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학내 언론은 과연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에 본사는 ‘학내 언론 매체의 역할과 의미’라는 주제로 27일(목) 이화­포스코관 세미나실에서 좌담을 열었습니다.

이 날 좌담에는 이화교지 정지인 편집위원·웹진듀 강버들 편집국장·교육방송국 EBS 나은엽 실무국장·본사 박선희 편집국장이 참여했습니다. <편집자>

-각 매체에 대해 소개한다면

▲ 이화교지 정지인 편집위원[사진:이유영 기자]

이화교지 정지인 편집위원(이하 교지) : 이화교지는 자치단위다. 학생들이 낸 교지대로 매학기 한 차례 교지를 발간한다. 우리는 학내외 사안들을 자체적인 시각으로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웹진듀 강버들 편집국장(이하 듀) : ‘듀(DEW: Digital Ewha World)’는 언론홍보영상학부 소속의 시사웹진 동아리다. 달마다 웹진을 발행하며 일년에 한 번 인쇄물을 발간한다. 우리는 교지나 학보처럼 학내 사안을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사회의 다양한 시사·문화 등을 20대의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화인 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인을 독자층으로 하고 있다.

이화여대교육방송국 EBS 나은엽 실무국장(이하 EBS) : EBS는 멀티미디어 교육원 소속 언론기관이다. 아침·점심·저녁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며, 점심에는 학생문화관(학문관) 지하 1층 휴게실에서 영상 방송을 한다. 방송내용은 음악·시사·학내 소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대학보사 박선희 편집국장(이하 학보) : 이대학보사는 학교 부속기관이다. 기사는 시의성 있는 학내보도 위주다. 한 주에 한 번 지면과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최근 많은 대학 매체들이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학 매체의 위상이 낮아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지 :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사안에 대한 진지한 생각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학점이나 취업에 관심이 더 많다. 학내 언론에 학생들의 참여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학내 언론 매체에 참여하려는 학생이 적으므로 매체를 활성화 하기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이렇듯 학생들의 무관심은 대학 매체의 위상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듀 : 학생들의 글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진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글 쓰는 것을 어려워 할 뿐 아니라 읽는 것도 귀찮아한다. 그들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다. 학생들이 글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긴 기사는 잘 읽지 않으려 한다. ‘듀’도 사진 기사나 흥미성 위주의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차지할 때가 많아 안타깝다.

▲ 이대학보사 박선희 편집국장 [사진:이유영 기자]

학보 : 교지의 말처럼 최근 대학생의 성향은 다소 가볍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변화한 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각 매체들은 학생들의 관심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보도 마찬가지다. 현재 학내 매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학생들의 성향과 선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체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과, 독자가 매체를 통해 읽고 싶은 것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EBS : 방송의 경우, 학생들이 보고 듣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홍보 부족으로 학생들은 매체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 없이, 외면 받는 것을 한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마주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대학 매체가 흥미성 위주의 주제와 무겁고 진지한 주제 중 어떤 것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나
듀 : 과거의 기사들은 후자 쪽에 가까웠다. 현재 학내에는 교지가 비판의 칼날이 선 진지한 담론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선적으로 독자들이 기사를 읽다 지치지 않도록, 학생들의 선호를 반영하는 편이다.

EBS : 무겁고 가벼운 주제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매체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화 안에는 교수님·교직원 등의 다양한 독자층이 존재한다.

▲ 이화여대교육방송국 EBS 나은엽 실무국장 [사진:이유영 기자]

교지 : EBS의 생각에 동감한다. 우리는 재미있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진중한 주제도 다루면서 학생들에게 특정 사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에 관한 기사처럼 우리가 다루는 주제가 그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해 아쉽다. 대학생들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사회 여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듀 : 옛날처럼 깊이 있는 기사가 써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가 가벼워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깊이 없는 기사는 비판의 대상일 수 있지만 독자의 흥미를 만족시켜주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흥미없는 것도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학보 : 굳이 진지한 주제와 가벼운 주제를 구별할 필요는 없다. 매체는 학생들에게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그 둘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듀 : 아무리 그래도 독자들은 흥미 위주의 기사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EBS : 약방에 감초식으로 제작한 컨텐츠가 주요 기사보다 휠씬 호응이 높은 경우도 있어 아쉽다.

-학내 언론매체로 활동하는데 어려운 점은
교지 : 교지는 자치단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학기 ‘동아리 자치권’과 ‘장학금 개편’에 대한 기사는 학교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한 학기 동안 인쇄비를 받지 못했다. 또 교지는 발간 전 지도교수로부터 원고 검열을 받는다. 이는 언론 탄압과 다르지 않다.

학보 : 학보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발행인이 총장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과거 학보는 총장의 대리인인 주간 교수로부터 검열 아닌 검열을 받았다. 가령 사회부 기사의 경우, 주간 교수에 의해 방향이 수정되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자율권 침해였다.

EBS : 우리는 학교 측으로부터의 검열 제도가 없어 방송 내용 선택이 비교적 자유롭다. 다만 시설 면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 일부 학생들은 EBS가 방송을 하는지조차 모르기도 한다. 이는 교내 스피커 개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타대 캠퍼스에 60~70개 가량의 스피커가 설치된 반면, 우리 학교에 설치된 스피커 수는 10개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듀 : 우리는 학내 사안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편집권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대신 홈페이지 유지 비용조차 지원받지 못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심지어 그 비용을 기자들이 충당할 정도다. 인쇄물을 발행할 때는 학교로부터 일부 지원금을 받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 왼쪽부터 이화교지 정지인 편집위원, EBS 나은엽 실무국장, 이대학보사 박선희 편집국장, 웹진듀 강버들 편집장 [사진:이유영 기자]


-앞으로 각 매체가 이화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지 : 학생들이 학내 사안에 대해 비판하고 싶어도 학내에는 마땅한 분출구가 없다. 교지는 앞으로도 학교·학생 간 소통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또 학교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자치단위가 되어 자유롭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바람이다.

듀 : 대학 매체는 상업성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성 언론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20대의 신선한 눈으로 바라본 시사는 다른 연령층에도 자극이 될 것이다. ‘듀’는 학생들이 학외 사안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BS :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말하기에 앞서 대학 방송의 존재를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하루빨리 홈페이지를 재개설해 학생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할 것이다.

학보 : 학보가 학생들에게 학내 사안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체가 됐으면 한다. 또 모든 기사가 이화와의 접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학내 언론이 되고 싶다.

-학교와 이화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EBS : 학생들이 학내 방송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다. 지나가다 ‘EBS 가요제’라는 말만 스쳐 들어도 뿌듯할 정도다. 학생들이 대학 방송에 대해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줬으면 한다. 또 이화인들이 앉아서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한 군데라도 확보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듀 : 학생문화관에 게재됐던 대담 관련 자보에 ‘웹진 듀가 뭐하는 곳이에요?’라고 쓰인 문구를 봤다. 이번 대담이 학생들에게 ‘듀’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교지 : 이화인들이 교지에 대한 불만이나 만족을 표현해주길 바란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이화인의 생각을 교지에 좀 더 진솔하게 담고 싶다.

학보 : 학보를 학교의 기관지라고 여기는 취재원이 가끔 있다. 학보는 기관지가 아닌, 이화인의 여론을 담는 학생들의 신문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리:김혜경 기자 yellowant31@ewhain.net
김혜린 기자 hrdie@ewhain.net
사진:이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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