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삼성역과 선릉역의 중간 지점, 마천루들이 즐비한 거리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 지순씨가 설계한 포스코센터 빌딩 [사진:주은진 기자]
바로 포스코 센터 빌딩이다. 지상 31층의 동관과 21층의 서관을 구름다리로 잇는 이 건물은 국내 최초 여성 건축가인 ‘간삼 파트너스’ 상임고문 지순씨의 손에서 탄생했다. 포스코(전 포항제철)는 정보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담고 있는 건물 설계를 의뢰했다. 이에 지순씨는 “건축주가 의뢰한 이미지를 살려 맑고 깨끗한 구조미를 살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1995년 완공된 것으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빛이 퇴색되지 않고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이 건물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자재’다. 당시 수입자재 대신 90% 이상을 국산으로 사용했다. 포스코 센터는 1∼2층 로비의 벽·천장과 더불어 엘리베이터까지 모두 유리로 이뤄져있다.

공사에 사용된 특수한 철과 유리는 모두 순수 국내 연구에 의해 개발됐다. 연구와 설계가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쌍둥이 빌딩 형식으로 지어진 포스코 센터의 1층에는 아트리움이 자리잡고 있다. 아트리움은 일반적인 건물의 로비 역할과 함께 음악회·공연을 위한 장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이 건물에 대해 “과학적이고 도시환경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건물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기업의 건물 뿐 아니라, 공공기관 역시 여성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이며, 올해 말 완공이 예정된 성북 1동 동사무소는 ‘위가건축’ 대표이자 연세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인 민선주씨의 작품이다. 그가 설계한 동사무소는 일반적인 건물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그는 “예전의 동사무소가 단순히 행정을 위한 관공서에 불과했다면 이 건물은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체 6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행정실과 어린이집·다목적실을 비롯해 옥상에는 정원이 들어선다. 이 외에도 주차장과 놀이터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뤄진다. 그는 “아이들은 다목적실에서 학예회를 할 수도 있고, 동사무소에서 결혼식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사무소가 행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넘어 동네를 돌볼 수 있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민선주씨가 이런 건물 설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심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었다. 그는 “동사무소에서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동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교류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반 주택 건물에서도 그가 생각하는 건물의 개념이 뭍어난다. 그의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진 것 중 하나인 ‘맴돌집(맴맴돌이집)’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한 집이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거실을 통유리로 만들어 개방감을 주고, 침실을 하나로 합쳐 온 가족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기존의 주택이 가부장적인 공간이었다면 맴돌집은 전적으로 아이를 치유하고 배려하려는 건축가의 마음이 들어간 따뜻한 공간이다.

▲ 서혜림씨가 설계한 서울시직장 어린이집 [사진:주은진 기자]
‘힘마 건축사사무소’서혜림 소장이 설계한 서울시청직장 어린이집은 기존의 공공건물과 다른 파격적인 시도가 이뤄진 대표적인 건물이다. 그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99년 작품인 이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블럭을 쌓아논듯한 모양으로 당시 파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보육시설과 보육교사들의 연구시설을 겸한 이 건물은 1·2층 어린이집과 3층의 도서관 4층의 보육정보센터로 이뤄져있다.

이외에도 많은 여성 건축가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주)한국 테크월’ 우성숙 이사는 연세대학교 노천극장, 담배인삼공사 청주사옥 등을 설계했다. 또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헬렌 박 교수는 파주 헤이리 북카페 ‘반디’, 강화도 우리마을 정신지체아 주거시설 등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